통일부, 한국원자력의학원 피폭 보고서 공개80명 중 17명 피폭 가능성…2명 염색체 이상
  • ▲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뉴시스 사진
    ▲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뉴시스 사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및 방사선 피폭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피폭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지만 모든 수검자에게서 유의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에서 거주한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검진한 '2023년 남북하나재단 검진 결과 보고서'를 29일 공개했다.

    탈북민 80명 중 17명은 누적 피폭선량을 평가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0.25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을 기록했다.

    이 17명을 대상으로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를 추가로 실시한 결과, 2명이 최소 검출한계인 0.1Gy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 2명은 2016년 이전에 같은 검사를 받았을 때 최소검출한계 미만을 기록했고 탈북 이후 재입북 이력이 없다.

    보고서는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는 최근 3~6개월 내 피폭을 주로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해당 검사에서 최소검출한계 이상으로 보고된 2명은 탈북 후 10년 이상이 경과해 탈북 이전의 피폭과는 무관한 의료목적 등의 방사선에 노출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나머지 15명 중 5명의 선량값이 0.25그레이를 넘긴 했지만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고 있어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다고 봤다.

    의학원은 15명에게 핵실험으로 유출된 핵종에 피폭, 염색체 이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의 염색체 이상 역시 의료용 방사선, 독성물질, 고령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학원은 "모든 수검자(受檢者)에서 검사 시점 기준으로 유의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유의미한 핵종 오염이 있었다고 해도 반감기를 계속 거치면서 체내에 검출한계 미만의 수준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학원은 이들의 염색체 이상과 핵실험에 따른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식수원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식수원 종류에 따른 측정치를 비교했지만 노출선량과 식수원 사이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의학원은 "이들의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측정치는 의료용 방사선 피폭으로도 나올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이 값만으로 이들이 핵실험에 따른 피폭으로 염색체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7명 중 2명이 각각 폐암과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지만 핵실험 피폭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도 추정할 수 없었다. 의학원은 "폐암 완치자가 받은 각종 방사선 검사 강도와 빈도, 자궁경부암 완치자가 탈북 전 노출된 독성물질 등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질환과 핵실험 피폭을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원은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는 제약을 고려할 때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의료방사선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전수검사가 계속 진행되며 수검자 인원이 늘어나면 교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핵실험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의료 방사선, 연령 등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핵실험을 단일 변수로 보기엔 제한이 있지만 핵실험도 당연히 피폭 원인 중 하나"며 "원자력의학원의 검사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어서 내년부터는 연간 검사 인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들의 탈북 시기와 거주지역 등 기초정보를 비공개해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검사 대상자의 탈북시기와 출신지 등 기초정보를 비공개로 해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가장 최근인 2017년 9월에 이뤄진 6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주민들이 이번 검사 대상에 포함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