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설훈·김한정 하위 10% 통보 받고 사실상 공천 배제친문 임종석·홍영표 컷오프… 전해철·이인영 '바람 앞 등불'김근태 부인 인재근에 불출마 종용, '차은우보다 李' 안귀령 공천
  • ▲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설훈 의원. ⓒ설훈 의원실
    ▲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설훈 의원. ⓒ설훈 의원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마이웨이 공천'에 민주당 당심이 들끓고 있다. DJ(김대중)계, 친문(친문재인)계, GT(김근태)계를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를 상징하는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결국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욕심으로 민주당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성토가 나온다.

    설훈 의원이 28일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설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40여 년 몸담고 일궈왔던 민주당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를 통보 받으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설 의원의 선택은 탈당이었다. 하위 10%는 전체 득표에서 30%를 감산하게 된다. 탈당한 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천을에서 출마를 강행할 예정이다.

    설 의원은 대표적인 '김대중 키즈'로 불린다. 1985년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를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동교동계 막내'로 불린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이 총재를 맡았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첫 배지를 달았다. 

    김한정 의원은 26세에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의 비서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를 맡았던 시절인 1989년부터 공보비서를 지냈다. 김대중정부 청와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을 지내며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대통령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2년간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정도였다. 

    이런 김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 김 의원은 당에 남아 비례대표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과 경선을 하기로 했지만 공천 가능성은 희박하다.
  • ▲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 인재근 의원. ⓒ뉴시스
    ▲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 인재근 의원. ⓒ뉴시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고 김근태 민주당 고문의 아내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도 공천에서 물을 먹었다. 이 대표는 인 의원을 만나 불출마를 종용했고 인 의원은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고문이 3선(15~17대)을 하고 아내 인재근 의원도 3선(19~21대)을 했던 서울 도봉갑에는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를 "차은우보다 더 좋다"고 한 안귀령 민주당 부대변인을 공천했다. GT계에서는 상징적인 지역구에 GT계로 분류되는 의원을 공천해주기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또한 대표적 GT계인 기동민 의원도 컷오프 됐다. 당장 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형평성과 공정성, 일관성이 무너져 내렸다며 지역 당원들과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문에서도 중량급 공천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다. 친문계의 대표 얼굴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하던 서울 중-성동갑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4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은 전략지역구로 분류되면서 이 대표의 영입인재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이동주 의원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홍 의원은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면서 탈당을 시사했다.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3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과 86세대 대표주자인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의원도 같은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와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이런 방향이 결국 대선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내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해 다음 대선까지 민주당을 오롯이 이재명 1인 정당으로 확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각종 재판에 임하기에도 당을 장악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재판부에 끊임없이 '야당 탄압'이라는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떄문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찐명(진짜 이재명계) 빼고 모든 계파를 정리해 대선까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해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 슬로건인 '나를 위해 이재명'의 현실판"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한테 조금이라도 잔소리 하는 사람이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에게 일말이라도 비판할 것 같은 사람들은 다 날리겠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