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하위 20% 통보 '비명'에 몰리자 갈등↑하위권 분류 의원 중심 '이재명 2선 후퇴' 요구李, '비명계 반발=자리 보신' 판단한 듯친명계 "시간 부족, 터무니 없는 요구에 황당"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공천 내홍으로 '대표직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데 대해 "툭하면 사퇴하라 소리 하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당대표실 앞에서 연 브리핑에서 '밀실 공천' '사천'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서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며 "언제나 경쟁 과정에서 본인 생각과 타인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기에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군가 1등하고 누군가 꼴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위원들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줘야 한다"며 "동료 의원들의 평가, 거기에서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일 것 같은데 동료들이 그렇게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불합리한 점수를 받았다고 항의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앞서 권노갑·정대철·이강철·강창일 등 민주당 원로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민주당의 공천 상황을 두고 "당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개탄한다"며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도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이 나서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해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대승적 희생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2선 후퇴 등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현역의원 하위 10~20%를 통보하기 시작하면서 이 대표 사퇴론과 비명계 중심의 집단행동 조짐 등 위기에 봉착했다.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의원들이 대부분 비명(비이재명)계라는 것이다.

    국회부의장인 4선 김영주 의원은 같은 날 하위 20% 통보를 공개하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의 의정활동은 여야를 막론하고 인정받아왔던 터라 '비명 학살'이 시작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을 비롯해 같은 결과를 통보받은 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등 비명계 의원들은 공개적인 반발을 이어갔다. 박영순 의원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갈등은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폭발했다. 홍영표 의원은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 대표의 사당화 공천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줄줄이 발언을 신청해 의총에 불참한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당 밖에서는 급기야 이 대표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이철희 전 의원은 "민주당이 (총선) 판을 반전시키려면 이재명 대표가 총선 불출마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뒷짐을 진 채 여유있는 모습이다. 총선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시간은 결국 자신들의 편이라는 계산이다. 이 대표 역시 비명계의 반발이 '자리 보신'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같이 전하며 "총선이 한 달 반 남았는데 이 짧은 시간에, 공천도 시작했는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시간은 없다"며 "지금은 선당후사, 통합 정신을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뱃지를 달고 총선에 져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 방탄을 한다고 되느냐"면서 "터무니 없는 요구(이 대표 불출마와 2선 후퇴)가 황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