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총선 예비후보들 기후동행카드 공약 내세워인천·김포·군포·과천 등 국힘 지자체장들만 협약정치적 이슈 변질… 기후위기 대응하자는 당초 취지 무색
  • ▲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서울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4·10총선'에서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유권자를 잡고자 서울과 인접한 도내 각 시·군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이 너나 없이 기후동행카드 참여 공약을 내걸고 있어서다.

    당초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기후동행카드의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기후동행카드의 성공 여부가 수도권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남 선거구에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민병선 예비후보가 지역 교통문제 해결 공약 중 하나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서울지하철 5호선 하남 구간 편입을 내걸었다.

    민 예비후보는 "하남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많아 시민 편리 등을 위해 5호선 하남 구간 편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며 "여당 정책이라도 좋은 정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창근 예비후보와 김도식 예비후보가 기후동행카드 하남시 동참 공약을 발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예비후보 역시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기후동행카드 수원 확대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했고, 국민의힘 고양시 예비후보들도 기후동행카드 확대 적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공약 발표에 서울과 인접한 고양·수원·부천·안양 등에 지역구를 둔 총선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들 지역은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면 서울 출퇴근 등 지하철 이용이 많아 여야 구분 없이 후보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동행카드는 국민의힘 소속 오 시장의 대표 대중교통 공약으로, 민주당 후보들로서는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정책에 동참하는 것이 적절한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앞다퉈 오 시장을 만나며 정책 참여 공약을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했거나 동참 예정한 경기도 시·군 모두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인천·김포·군포·과천 등이다. 국민의힘 인사가 단체장인 고양·구리 등의 동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소속 인사가 단체장인 서울 인접 시·군은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인다. 안양시는 서울시의 정책 참여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광명시의 경우 지난해 서울 편입론 제기 당시 처음으로 반대 방침을 밝힌 지자체다. 용인시도 정책 도입을 추진했지만 최근 비용 대비 효용성 문제로 실무 검토 단계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기후동행카드에 대응되는 '더(The) 경기패스'를 추진하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물가 시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자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야심차게 출시한 기후동행카드가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된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앙부처나 많은 지자체가 기후위기와 관련한 교통정책으로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을 내세우는 현실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이토록 주목받는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하지만 더 넓은 지역에서 통합되어야 함에도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얼마나 효과가 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