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앞장서서 GTX 노선 확대… 20~30분대 출퇴근 약속GTX-A·C노선 삼성역복합환승센터 유찰되며 착공 미뤄져현실에 맞지 않는 공사비 책정 등으로 공사 차질
  • ▲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조감도.ⓒ서울시
    ▲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조감도.ⓒ서울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의 '저녁 있는 삶'을 위한 핵심 정책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출퇴근 30분시대' 약속은 GTX가 개통돼야 평균 2시간30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정부가 발표한 지하화 도시 공간 재구조화를 비롯한 교통혁신 대책으로 서울시민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정부 추진 사업들이 계획대로 이행되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울의 교통문제는 이미 수십년간 누적돼온 고질적 문제로 서울 집중 현상이 가중되면서 병세가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도로·철도 등 교통 SOC를 건설하지만 폭증하는 교통량의 속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GTX-A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GTX-A·B·C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개통 예정인 GTX-A 노선뿐 아니라 앞서 발표된 GTX-B·C 노선마저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하며 계속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GTX-A·C 노선이 지나는 삼성역복합환승센터 완공 목표가 이미 2028년 4월로 한 차례 미뤄졌는데 이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복합환승센터는 영동대로 삼성역사거리와 코엑스사거리 사이 600m 구간 지하에 폭 63m, 깊이 53m(지하 7층) 규모로 조성된다. 5개 철도교통 환승공간과 공공상업공간으로 구축돼 기존 도로는 지하화되고 지상에는 녹지광장이 조성된다. 

    이 공사는 토목 4개 공구와 건축 2개 공구로 나눠 진행되는데 2공구는 현재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가 수차례 입찰을 진행했는데 네 차례나 유찰돼서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비가 실제 사업비보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사업비 책정부터 공사 발주까지 2년 가까이 소요되지만, 그 사이 공사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GTX-C 노선 시공사 정리도 불가피하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컨소시엄의 지분 10% 양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한다 해도 2028년 개통은 어렵다는 데 목소리가 모인다.

    실제로 GTX-C 노선은 2021년 6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고, 같은 해 12월 실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2023년 8월에야 실시협약을 맺었다. 은마아파트 노선과 도봉 구간 지하화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실시계획이 승인돼 착공을 위한 허가가 끝났지만 실제 착공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결국 C 노선 착공 계획은 2023년에서 올해로 밀렸고, A·C 노선이 공유하는 삼성역복합환승센터 완공 목표도 뒤로 밀렸다. 

    GTX-B 노선 역시 재정구간(용산~상봉) 1~4공구가 2022년 8월 발주된 가운데 4공구만 2023년 3월 KCC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 재정구간은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해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된 구간이다. 

    세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으나 B노선 민자구간(인천대 입구∼용산, 상봉∼마석)이 정상대로 추진되더라도 GTX-A 노선처럼 반쪽짜리 개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철도공사는 착공 이후 공사 기간이 1~2년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가장 빠른 GTX-A 노선의 경우 해마다 공정률이 20% 정도씩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하반기나 돼야 전체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국토교통부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국토교통부
    실제로 다음달 말 수서~동탄 구간 개통 예정인 GTX-A 노선은 지난해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삼성역~봉은사역 사이 영동대로 구간 지상에 중앙광장을 조성하고 영동대로는 지하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016년 10월 '삼성~동탄' 노선 중 삼성역 정거장 등 철도시설물 공사를 서울시가 건설하되, 노선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국토부는 2018년 12월 해당 노선 철도시설물이 GTX-A 운영 개시일 이전까지 개통되지 못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민간사업자의 운영손실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역은 삼성~동탄 노선 수요의 30%, GTX-A 노선 수요의 14%를 차지하고 있어 정거장이 제때 건설되지 않으면 시민 불편이 큰 지점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2017년 2월 기본설계에만 22개월이 소요되는 국제설계 공모 후 기술제안입찰 방식을 채택했다. 같은 해 8월 국토부 동의 없이 삼성역 정거장을 2023년 12월 개통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듬해 7월에는 기본계획 대비 107.7% 증가한 금액(1324억 원→2750억 원)을 총사업비로 국토부에 협의 요청했다. 협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거세 11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에야 마무리됐다. 결국 공사 발주·착공이 더 늦어지게 됐다.

    감사원은 2021년 말 서울시의 이 같은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예정대로 진행돼도 삼성역 정거장은 2028년 4월에나 문을 열 수 있는 데다 2개 구간으로 분리 운영하는 등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민간사업자의 영업손실금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앞으로 GTX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건설비와 함께 적정운임, 운영주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최근 벌어진 시장 여건을 정부나 서울시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