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男女 갈라치기' 이어 '이대남' 표심 저격 공약 제시노인 무임승차로 세대 갈등 띄우고 女 군 복무로 젠더 갈등 조장"아주 얄팍한 발상" "보수 정당 적자가 될 수 없을 것" 비판 이어져
  •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국방 정책공약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국방 정책공약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보수 청년정치인'의 아이콘이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또다시 '갈라치기 정치'로 총선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내걸며 '세대 갈라치기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를 제안하면서 성별 갈라치기 행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준석표 세대 포위론=갈라치기?

    이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등 4개 직렬에 한해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를 정책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여성 군 복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른바 '세대 포위론'(여권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2030세대를 결합해 승리한다는 전략)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 등을 주장하며 성별 갈라치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이대녀'(20대 여성)의 보수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 대표의 이번 '여성 군 복무' 공약 제안 역시 갈라치기 정치에 기인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제가 무슨 공약을 이야기하든 반찬처럼 등장하는 내용 같은데, 어떤 부분이 남녀 갈라치기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4개 직렬에 근무하고자 하는 분들은 정년 연장이나 초임 기준 처우에 있어 지금에 비해 크게 불합리한 처우가 예상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성별 이어 노인 겨냥 '세대 갈라치기'

    이 대표는 지난 18일에는 지하철 적자 누적 문제의 원인으로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지목하며,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고 월 1만 원씩 충전되는 교통카드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내고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 회사가 적자가 된다는 것은 지하철 적자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은 허위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지하철 4호선의 무임승차 최다역은 경마장역"이라며 세대 갈등에 불을 지폈다.

    현재 서울지하철 4호선에는 '경마장역'이 없고 '경마공원역'으로 개칭해 사용하는 데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탑골공원이 위치한 '종로3가역'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전략을 두고 "전형적인 정상배(政商輩) 즉, 정치 장사꾼들이 하는 방식"이라며 "이 대표에게 맞고 틀리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에게 '도박하러 다니는 나쁜 노인'이라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딱 괴벨스 화법" 커지는 이준석 비판 목소리

    이 전 대표 특유의 갈라치기 정치가 다시 등장하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아돌프 히틀러의 오른팔로 나치 정권의 선전선동을 담당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에 이 전 대표를 비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진 특임교수는 최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말 안 좋은 버릇이다. 이게 딱 괴벨스 화법"이라며 "노인들을 딱 갈라침으로써 젊은층의 표를 얻어 가겠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 교수는 이어 "젊은층이 갖고 있는 어떤 본능적인 감정적인 어떤 부분을 톡 건드려서 거기서 나오는 반응을 자기의 지지로 챙기겠다는 아주 얄팍하고 철학이 없는 그런 발상"이라고 부연했다.

    갖은 혹평에도 이 전 대표가 '갈라치기 정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이 이번에 창당한 '개혁신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띄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개혁신당은 지난 12일 신규 당원이 5만 명을 넘어섰다며 빠르게 세력 확보에 나서는 듯했지만, 29일 오후 3시 현재 신규 당원은 5만6250명이다. 약 2주가 넘게 지난 시점임에도 5만 명대에서 정체하며 답보 상태를 보이자 총선 공약을 명분으로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던지며 시선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당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갈라치기 전략을 통해 자기 지지층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며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씀으로 인해서 이 전 대표는 나중에 보수 정당의 적자(適者)가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