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친문 지역구 '자객출마'… 공격적 언사도 논란이재명, '통합' 강조해도 계파 갈등 격화… 사실상 방관민주당 중진 "의지 없는 이재명, 단호하게 잘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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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피습 사건 이후 당무 복귀 일성으로 한 발언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3인(김종민·이원욱·조응천)의 탈당으로 '집안싸움'이 극에 달하자 다시 당내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그로부터 열흘이 지났지만 민주당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이 이번에는 '친문(친문재인)계'를 겨냥해 집중공세를 펼치면서 또 다른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친명계의 '자객출마' 논란이다. 친명계 이수진 의원은 문재인청와대 출신 윤영찬 의원 지역구(성남 중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을 역임한 전해철 의원 지역구(안산 상록갑)에는 원외 친명 인사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출마를 노리고 있다.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김우영 상임대표는 친문 강병원 의원 지역구(서울 은평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친문 성향인 신동근·도종환 의원 지역구에 각각 원외 친명 인사인 모경종 전 당 대표실 차장과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줄지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문제는 공천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 이어지면서 '진흙탕싸움'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수진 의원은 출마 선언 때 윤영찬 의원을 향해 "민주당의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양기대 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가결표를 던졌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인 노영민·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통일부장관 출신 이인영 의원을 향해서는 친명계의 노골적인 불출마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은 친명계가 옛 실세들에게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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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계파 대립이 격화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방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객공천' 논란에 "언어도단이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모든 선거에는 갈등이 있다"며 의례적 답변만 했다.이 대표는 위기 때마다 통합을 외쳤지만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벌어진 당 내홍과 관련 "그런 문제로 우리들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며 통합을 당부했다.이에 분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 대표는 정작 비명계가 요구한 '통합 비대위 설치'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분당(分黨) 사태다.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됐을 때도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명 일색의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당내 비명계의 불만은 고조됐다. 여기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자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끝내 자리를 지킨 이 대표는 이번 총선까지 직접 지휘할 모양새다.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금의 계파 갈등 상황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선거 때 라이벌을 향해 온갖 비방을 하는 것은 정치 현장의 현실"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공격적인 언사를 쓰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의지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한편 이 대표는 오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