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친문 지역구 '자객출마'… 공격적 언사도 논란이재명, '통합' 강조해도 계파 갈등 격화… 사실상 방관민주당 중진 "의지 없는 이재명, 단호하게 잘라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많은 논란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피습 사건 이후 당무 복귀 일성으로 한 발언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3인(김종민·이원욱·조응천)의 탈당으로 '집안싸움'이 극에 달하자 다시 당내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지만 민주당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이 이번에는 '친문(친문재인)계'를 겨냥해 집중공세를 펼치면서 또 다른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명계의 '자객출마' 논란이다. 친명계 이수진 의원은 문재인청와대 출신 윤영찬 의원 지역구(성남 중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을 역임한 전해철 의원 지역구(안산 상록갑)에는 원외 친명 인사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출마를 노리고 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김우영 상임대표는 친문 강병원 의원 지역구(서울 은평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친문 성향인 신동근·도종환 의원 지역구에 각각 원외 친명 인사인 모경종 전 당 대표실 차장과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줄지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문제는 공천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 이어지면서 '진흙탕싸움'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수진 의원은 출마 선언 때 윤영찬 의원을 향해 "민주당의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양기대 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가결표를 던졌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인 노영민·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통일부장관 출신 이인영 의원을 향해서는 친명계의 노골적인 불출마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은 친명계가 옛 실세들에게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도종환 의원이 선물한 책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도종환 의원이 선물한 책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이처럼 계파 대립이 격화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방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객공천' 논란에 "언어도단이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모든 선거에는 갈등이 있다"며 의례적 답변만 했다.

    이 대표는 위기 때마다 통합을 외쳤지만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벌어진 당 내홍과 관련 "그런 문제로 우리들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며 통합을 당부했다. 

    이에 분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 대표는 정작 비명계가 요구한 '통합 비대위 설치'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분당(分黨) 사태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됐을 때도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명 일색의 지도부가 꾸려지면서 당내 비명계의 불만은 고조됐다. 여기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자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끝내 자리를 지킨 이 대표는 이번 총선까지 직접 지휘할 모양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금의 계파 갈등 상황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선거 때 라이벌을 향해 온갖 비방을 하는 것은 정치 현장의 현실"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공격적인 언사를 쓰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의지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