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후 1810일 동안 증인만 211명…4시간25분 동안 선고재판개입·블랙리스트·비자금 등 47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양승태 "당연한 귀결"…검찰 "판결 분석해 항소 여부 결정"
  • ▲ 고영한 전 대법관(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 고영한 전 대법관(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재판 거래 등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 후 1810일, 약 5년 동안 290회 공판을 열고 211명의 증인을 법정에 세운 끝에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는 26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기소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부터 4시간25분 동안 진행하며 중간에 휴정을 갖기도 했다. 선고 도중 휴정 선언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것.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객 일부는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재판장도 검사, 변호사 등 소송관계인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긴 시간 재판에 성실히 참여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렇게 명쾌하게 판단해 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후 임기 6년 동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수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검사가 담당했다. 대법원장을 직무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한 첫 사례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는 등 목적으로 정부 기조에 따라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봤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