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차기 법무부장관에 '한동훈 10기수 선배' 박성재 내정법조계 "윤 대통령, '한동훈 기반' 법무부-검찰 영향력 견제" 해석
  •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법무부장관에 박성재(61·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고검장을 깜짝 지명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으로 '윤·한 갈등'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세워 한 위원장 친정체제로 흘러가던 검찰 조직을 다잡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2일 저녁 박 전 고검장을 차기 법무부장관에 내정했다. 박 전 고검장은 한 위원장과 뚜렷한 연이 없고 한 위원장의 사법연수원 10기수 선배다. 

    법무부장관 자리는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한 달여 공석으로 있었다. 

    이번에 신임 법무부장관에 내정된 박 전 고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제주지검장, 광주고검장, 대구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냈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6기수 선배이지만 나이는 윤 대통령이 세 살 더 많다. 윤 대통령이 초임검사 시절이던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대구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수사'로 인해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2014년부터 2015년 당시 대구고검장으로 근무하면서 윤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근 발생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이상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7일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프랑스혁명을 촉발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도 하루 뒤인 지난 18일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김 위원에게 힘을 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잠잠해진 디올백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한 위원장 측의 언행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박 전 고검장을 임명하면서 한 위원장의 법무부와 검찰 조직 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검찰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동훈 라인'에 시그널을 주고 법무부와 검찰 내 대통령실의 영향력을 다시 확대하려는 포석이 깔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