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현역 '86세대' 김민기·우상호·최종윤 총선 불출마한총련 출신 97세대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중심 활동혁신회의, 86세대 퇴진 주문… "새로운 미래 피워야"
  • ▲ 최종윤(경기 하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최종윤(경기 하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기득권으로 꼽히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 틈을 타 친명(친이재명) 원외 조직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들이 세력 과시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현역 의원 중 86세대는 약 50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 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총 7명(김민기·임종성·최종윤·김홍걸·우상호·강민정·홍성국)이다.  

    이들은 나이와 학번에 의해 한 세대로 묶였으나 통상 86세대는 운동권 출신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상호·김민기·최종윤 의원 등 정도가 속한다. 86세대 맏형 격인 우 의원은 80년대 대표적 학생 운동권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이다. 최 의원은 같은 시기 전대협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86세대 용퇴론이 제기됐다. 운동권 경력을 발판 삼아 당내 기득권이 된 이들을 향해 일선에서 물러나고 후배들한테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최근에는 전대협을 계승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 97세대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한총련은 과거 대법원으로부터 이적 단체로 규정된 바 있다. 이들은 현재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활동하며 '이재명 친위대'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혁신회의는 지난 20일 김민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논평을 내 "김민기 의원만의 결단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만들어 온 선배들의 공로는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 토대 위에 새로운 30년의 미래 비전을 피워내는 것은 김민기 의원의 표현처럼 '새롭고 다양한 시야를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혁신회의는 한총련 5기 의장 출신인 강위원 민주당 당 대표 특보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송갑석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과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송 의원이 전대협 4기 의장 출신이어서 운동권 선후배 간 맞대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특보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부터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더불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정 전 실장 또한 한총련 산하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출신이다. 

    이 외에도 혁신회의 소속 이석주 상임위원이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정의찬 당대표 특보가 남총련 의장 출신이다. 정 특보는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석주 상임위원은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 ▲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대표가 지난해 6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당원존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출범식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뉴시스
    ▲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대표가 지난해 6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당원존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출범식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뉴시스
    86세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표 측근인 윤용조 전 민주당 당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노영민, 임종석, 이인영 세 분의 용단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인물들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 전 부국장은 한총련 대의원을 지낸 바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 이인영 의원은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다. 운동권 후배가 선배들에게 일선 후퇴를 요구한 셈이다.

    윤 전 부국장은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 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시면 국민이 검사 독재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보실 수 있다.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당의 총선 승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물러서시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에 나와 86세대 퇴진론에 대해 "특정 세대가 특정 세력을 배격하는 형태로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서울 중·성동구갑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86세대에게 용퇴를 권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21일 "3선이상, 올드보이, 586세대 등 카테고리를 만들어 (경선 시) 감점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스스로 생각해서 국민의 선택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후진을 위해 물러서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86세대 용퇴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화) 운동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인가"라며 "잘라야 할 586에 대한 정의도 정해진 게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97세대가 총선을 앞두고 86세대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97세대는 나이가 10살 어린 것 뿐이다. 이들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세력인가"라며 "단순히 세대교체를 요구해선 대중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