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류·대통령실, 21일 한동훈에 사퇴 요구이관섭 비서실장도 참석…사실상 '尹 의중' 해석한동훈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 거부대통령실 "한동훈 거취, 용산이 관여할 일 아냐" 극적 봉합 가능성도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DB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DB
    여권 주류와 대통령실이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총선 80일을 앞두고 여권 내 초유의 갈등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국민의힘 주류 인사가 한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정기획수석과 정책실장을 거쳐 비서실장에 발탁된 이 실장은 대통령실 내 최고 실세로,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과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최근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선언 과정에서 김 위원의 공천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총선과 공천에 관여할 뜻이 없다며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는데, 한 위원장이 이와 정반대 언행을 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고 큰 실망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내는 등 친윤계 핵심으로 불리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체가 모인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 한 비대위원장 줄세우기 공천 행태에 기대·지지 철회'라는 제목의 '쿠키뉴스'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윤 대통령이 최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서울 마포을에 투입하려는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같은 채팅방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채널 <문갑식의 진짜TV> 운영자 문갑식씨의 지난 18일자 글도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김건희 여사 '함정 클러치 백' 사과해야 수도권 승리한다는 망상" "김경율과 한동훈 발언은 비슷해 보이나 온도차 있음, 김경율은 '사과하지 않으면 수도권 선거 전패한다'에 초점, 한동훈은 '국민 걱정할 부분이 있으므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신설'을 주장" "김정숙>김혜경>김건희 順(순) 죄질이 큼, 김정숙, 김혜경은 국고를 축낸 인물. 김정숙은 앙코르와트 관광, 온갖 명품옷과 백, 악세사리, 한복 등 특활비 썼으며, 김혜경은 남편 법인카드와 도지사 사무실 음식을 축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FL(First Lady·영부인)이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 "특히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매도하고 남편이 책임지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 "사과하면 선거 망치는 길"이라는 내용도 있다.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43분 자신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공지를 통해 '오늘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 위원장의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사퇴 요구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날 밤 긴급 심야 회동을 갖고 사태 조기 봉합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