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채널' 뺨치는 뉴스데스크 보도대통령에 위해될 수 있는 상황 설명 소홀
  • ▲ 지난 18일
    ▲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경호원들에게 제압돼 끌려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지난 18일 현직 국회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면서 고함을 치는 난동을 부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자칫 대통령이 상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제지를 했음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경호원들이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강제 퇴장시킨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가하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대통령의) 손을 놔주지 않고 당기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강성희 의원은 운동권도 아니고 행사장 와서 뭐 하는 거냐. 그런 것 좀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진보당 측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다"며 강 의원의 돌출 행동을 정당화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앞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직언하지 못한다면 독재 정권과 무엇이 다르냐"고 논평하며 공식 행사장에서 소리를 지른 강 의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사건 당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는 첫 뉴스로 이 사실을 전하면서 <강성희 의원 "국정기조 바꾸라 했다가 끌려 나가">라는 굵은 자막을 달았다. 인용 형식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그게 사실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리포트 제목'이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강 의원은 행사장 참석자들에게 악수하며 입장하던 윤 대통령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돌아선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질러댔다. 결국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제압해 밖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강 의원의 난동 사건을 첫머리로 보도한 뉴스데스크는 이러한 상황은 자세히 전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경호원들에게 제압돼 끌려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말했을 뿐"이라는 강 의원의 주장을 반복해 방송했다.

    "강 의원이 악수를 할 때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잡아당긴 데다 계속 고성을 지르고 행사를 방해했다"며 강 의원의 퇴장 조치는 경호상 마땅한 대처였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첫 번째 기사가 아닌 두 번째 기사 중반부에 삽입됐다.

    가시 돋친 '野 논평' 후 대통령실 해명 전해

    19일 이 같은 뉴스데스크의 편향적 보도 행태를 문제 삼은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은 이날 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운 강 의원의 행동을 보도한 뉴스데스크의 기사는 "절반의 사실이 거짓인 가짜뉴스"라고 혹평했다.

    MBC노조는 "뉴스데스크는 두 번째 기사에서 '입법부에 대한 모독'이라는 등의 진보당·민주당·정의당 대변인들의 가시 돋친 논평들을 이어 붙이고, 이후 대통령실의 해명을 넣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 보도로 사건의 일면만 알려 충분히 선입견이 생기게 한 뒤 해명을 책임회피로 들리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면 성공적으로 보인다"며 "MBC 기자들이 무엇을 노렸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보도로 대한민국 정치는 혼탁에 한 걸음 더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강성희'라는 진보당 의원이 있다는 걸 몇 사람이나 알았겠느냐"며 "이번 소란으로 그는 확실한 지명도를 얻었다"고 꼬집은 MBC노조는 "앞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정치인들은 행사장에 가서 소란을 피우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MBC노조는 "앞으로 전당대회장의 정당 대표나 앞으로 숱하게 열릴 총선 유세장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안 놓아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좌우 지지자들에게서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겠느냐"며 "그들은 MBC가 강성희 의원의 소란을 옹호했으니 최소한 흉내내기를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MBC노조는 "어제(18일) 열린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의 비전을 가진 전북에 새로운 도약의 길이 열리고 있다면서 '전북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MBC는 그에 대해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행사의 본질, 전북 도민들의 염원 따위는 기사 가치가 없다고 뉴스룸 국장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