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대 정원 확대' '김포 서울 편입' 이어 이슈 몰이민주당 "정치 혐오 부추기는 한동훈식 정치개혁" 반발민주당, '집안 싸움'에 여당과 정책 경쟁 동력 상실당 일각서 "이재명, 주 3일 재판…본인 살 생각만"
  • ▲ 흉기 피습을 당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흉기 피습을 당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원 정수 축소' 카드를 꺼내 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이슈 선점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놓고 불거진 당내 분열 해소에 집중하면서 여당과의 정책 경쟁에서 동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을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자당 귀책사유로 열리는 재·보궐선거에 무공천 등을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세운 한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공약 경쟁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다.

    한 위원장이 던진 '조약돌'은 곧바로 파장을 일으켰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정치 혐오 부추기는 것이 한 비대위원장 식의 정치개혁인가?"라고 반발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허경영과 안철수의 길을 걷는 한동훈"이라고 지적했고,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 정치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의대 정원 확대'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의원 정수 축소'로 또다시 이슈 몰이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이들 이슈에 이끌려가는 듯한 형국이다. 민주당이 자체 추진하는 정책보다 국민의힘 정책에 각을 세우는 모습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 서울' 정책을 내놨을 때 민주당은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이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아예 찬반 의견을 내지 말자며 '무대응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만든 프레임에 끌려가지 말자'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천공 개입설'과 같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민주당은 도리어 지난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등의 행보로 당내 원성을 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그렇다. 사실상 위성정당을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위성정당 창당 금지'와 어긋난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를 막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이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도 애초 이 대표가 공언한 약속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뒤 이 대표는 국회에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송부되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다. 결국 체포동의안은 가결됐고, 이 대표의 '말 뒤집기'가 당내 이탈표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이 '집안싸움'에만 매몰돼 여당과 정책경쟁에서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들어선 후 비명계와 친명계 간 갈등이 일상화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극단적 지지층의 폭력적 팬덤, 친명 인사들의 자객공천 등이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돌이켜보면 이 대표가 당 대표 된 후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재판에서는 '내가 우선 당장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어 "별로 지도력도 없는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한 비명계 인사들은 상황이 바뀌지 않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는 16일 '새로운미래(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윤석열정권을 충분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 스스로 도덕적, 법적으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슈 선점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 "그동안 대표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공개적인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이슈 선점을 빼앗겼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