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일 '조국통일 3대 헌장' 개념 지원버린 것""배수의 진 치고 내부 결속과 내부 자원 총력 노림수"
  • ▲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가 30일 결속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가 30일 결속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명기해야 한다고 밝힌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상의 '패배선언'이자 오는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보수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노림수인 것으로 분석했다.

    16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이 '삼천리 금수강산' '8000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어 "이밖에도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해 공화국(북한) 헌법이 개정돼야 하며, 다음 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아울러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각종 무기의 시험발사는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 수단"이 아니라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방위력"이라며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정은의 이번 시정연설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이 '갑'의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고려연방제 통일'을 추진한다는 공식적인 통일방안이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는 사실상의 '패배선언'이자 수세적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감이 있을 때는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 '1민족 2국가 2체제 2제도' 방식, 그리고 '남쪽의 친북 좌경세력들이 혁명을 일으켜 북한식 흡수통일을 한다는 '통일전선전술'을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전쟁밖에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번에는 아예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지워버렸다. 1997년에 아버지인 김정일이 발표한 '조국통일 3대 헌장'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개념도 지워버림으로써 아버지를 부정한 것을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은 '국방력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먼저 전쟁을 걸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전쟁 차원의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도발하면 남한 내 보수 여론이 결집할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목적은 미국 보수 여론을 결집시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당선을 돕고, 대한민국의 보수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직접적인 도발은 하지 않되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그 피로감의 원인이 윤석열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과의 관계를 '두 국가 관계' '교전국 관계' '전쟁을 불사하는 관계'로 설정해 놓고, 전쟁 분위기를 최고조로 부각시키는 것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고 내부 결속과 내부 자원을 총력집중시켜 핵무력에 의한 전쟁억제력 강화와 함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국제사회(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비현실적인 동족과의 교류협력에 의존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개선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가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 수단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꼭 키워야만 하는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방위력이라고 밝힌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북한은 보다 안전한 안보환경을 조성하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경제건설과 인민 생활개선에 총력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