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진욱 공수처장… "기반은 마련하고 간다"

퇴임을 앞둔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3년의 임기를 돌아보며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하고 간다"고 자평했다.

16일 김 처장은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대 처장으로서 가장 큰 성과로 '기반 마련'을 꼽았다.

김 처장은 "취임 직후 가장 관심이 집중되던 사안은 '1호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기반 마련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25년 동안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많았다.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전제한 김 처장은 후임 처장에게 전하는 말로 "왜 아직도 필요하냐 안 하냐 논란이 되고 있는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왜 여기에 왔는지, 그 초심을 잃지 말고 할 일을 하자"고 당부했다.

인적, 물적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는 김 처장의 말에 "인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하기에는 최근 내홍 논란도 있었고 수사력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억울한 점도 있겠지만 이 같은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 처장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러나 오해가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곳에서 실제로 일을 해보면 안다. 우리는 민감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을 다룬다. 검찰청과 바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우리는 폭력·절도·사기 등 사건이 아닌 직권남용·뇌물 등 심각한 사건을 다룬다. 그렇다 보니 중압감이 있는데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며 "보시다시피 인력도 제한돼 있고, 임기도 제한돼 정년이 보장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처장은 "일하는 사람이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회사에 가야 조직이 뿌리 내릴 수 있다"며 "지금 공수처 구조는 여건이 별로 안 좋다. 그런 면에서 조직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법의 입법적 미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이야기가 많다"며 "공수처법을 보면 공백이 많다. 중요한 규율이 빠져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김 처장은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사건 처리는 저희도 최대한 가능한 여건에서 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에둘렀다.

검찰·권익위 등 주변 기관들의 견제와 갈등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공수처의 남은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처장은 "차기 처장이 오시면 과제가 무엇인지 금방 파악될 것"이라며 "제가 말하면 주제넘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경계했다.

디만 김 처장은 "학계에서는 타 기관과 협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며 "원래 공수처법 원안에는 타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었는데 없어진 것이 굉장히 아쉽다. 앞으로 입법적인 회복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처장의 지난 임기보다 '앞으로의 공수처'와 관련한 문답이 더 많이 오갔다.  

취재진의 "중립적 수사기관으로서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후임 처장 유력 후보자로 친정부 인사가 거론되기도 하고, 어떤 후보는 공수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처장은 "국회 산하에서 논의되고 있는 절차에서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좋은 분이 오시기를 빈다. 다만 공수처는 독립성과 중립성이 제일 중요하다. 후보추천위가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퇴임 이후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김 처장은 "제가 여쭙고 싶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어디로 가야 논란이 없고 자연스러울지 묻고 싶다. 당분간 쉬고 싶고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