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 기념행사'서 원색적인 비난 발언 나와"주요 일정이 병원, 법원‥ 남의 당 대표로 너무 좋다" 민주당, 브리핑 열고 "저질 혐오 발언 엄정 조치해야"이낙연, 지지자 과격 발언에 유감 표시 "품위 지키자"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개최한 이른바 '탈당 기념' 행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장에서 "이재명 애원해도 소용없겠지…"라는 트로트 개사 곡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한 지지자는 "'칼빵'을 맞았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과격한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행사 직후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자들의 폭언에 사과드린다"며 유감을 표명했으나, 그동안 말문을 아껴온 민주당이 "반인륜적 망언이다" "이런 저질 혐오 막말을 묵인해선 안 된다"며 이 전 대표에게 '엄정한 조치'를 요구해 이번 일로 양측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칼 맞았는데 지지율 떨어지는 경우 처음 본다"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최근 권리당원에서 제명된 유튜버 백광현 씨의 주도로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하기로 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최성 전 고양시장 등 지지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트로트 곡 '무정 부르스'를 개사해 만든 "이재명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과격했던 개딸들이 발길을 막아서지만 상처가 아름답게 남아있을 때 미련없이 가야지"라는 가사의 노래가 나왔다.

    이석현 전 부의장은 탈당을 결심하고 신당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하나는 의리고 하나는 분노였다"며 "서울대 법대 다닐 때무터 평생 친구인 이 전 대표가 너무 외롭게 투쟁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인천시민이던 송영길씨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고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구에 이재명씨가 들어선 걸 보고 '당이 망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개탄했다.

    최성 전 시장은 "이재명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이) 신당에 가지 못하게 경선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면서 "민주당 의원 50~100명이 고민하고 있을 텐데 하루라도 빨리 신당에 합류하지 않으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시장은 또 민주당 후보자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것과 관련, "이재명 대표는 제가 두려운가보다"라며 "(이 대표의) 꿈이 청와대 가는 것일 텐데 저 때문에 절대 못 갈 것"이라고도 했다.

    '훈프로'라는 이름으로 칼럼니스트 등 활동을 하는 프로레슬러 출신 김남훈 씨는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두고 "살다 보니 목에 '칼빵'을 맞았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이 대표의 주요 일정이 '병원, 법원, 병원, 법원'이다. 남의 당 대표로 너무 좋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민주당 "국힘도 이렇게 안 해"‥ 이낙연에 '엄정 조치' 요구

    이처럼 이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자 민주당은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열고 '엄정 조치'를 요구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가 이 대표의 흉기 피습 정치테러 사건을 두고 '목에 칼빵을 맞았다'는 반인륜적 망언을 했다"며 "국민의힘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조롱하지는 않는다"고 분개했다.

    이어 "탈당 명분으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의 강성발언을 문제 삼던 당사자들이 한솥밥을 먹던 동지들에 대한 비난과 극우 유튜버들도 쓰지 않는 극언을 쏟아내는, 기본 인륜을 저버린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이런 저질, 혐오성 막말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며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의 저질 혐오 발언에 대해 엄정 조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제 지지자들의 민주당 탈당 행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폭언이 나왔다고 들었다"며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발언을 하신 분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지지자들의 주의를 바란다"며 "어느 경우에도 품위를 지키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남훈 씨는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막말과 내로남불, 전체주의에 염증을 느껴 당을 떠나는 후련한 심경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이재명 대표의 피습에 대해 지나치게 가벼운 표현을 쓴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들과는 다른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