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2022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이 '2024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그는 올해 '엽편소설'을 주제로 네 번의 공연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예정이다.

    '엽편소설'은 나뭇잎 위에 쓸 만큼 짧지만 인생의 순간을 포착해 재기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짧은 소설을 뜻한다. 김준형은 "상주음악가를 준비하면서 처음 접한 단어다. 짧은 글 안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응축시켜놓았다. 60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제 이야기를 담는 과정이 한 편의 글을 쓰는 것과 같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금호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상주음악가 제도'를 국내 공연장 최초로 시행해 실력있는 아티스트를 지원해 왔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박종해·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이지윤·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활약했다.

    김준형은 "앞으로 음악가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아 운명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외면했던 제 부족한 면들을 이번 기회에 마주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첫 공연은 오는 11일 열리는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히어 앤 나우'다. 김준형이 10년째 살고 있는 독일 작곡가 바흐·베토벤·브람스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어 5월 9일 '아름다운 5월에'로,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와 슈만과 브람스의 피아노 이중주를 연주한다.

    "쿠로키는 '2022 리스트 위트레흐트 콩쿠르' 우승자로 제 또래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피아니스트다. 완성도가 높고 서정성이 뛰어난 연주자다. 슈만과 브람스가 음악적으로 다르듯이, 저와 쿠로키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누구보다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8월 22일 '풍경산책'에서는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드뷔시의 음악을 들려준다. 엽편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는 11월 14일 '종을 향하여'가 장식한다. 리스트의 짧은 소품을 엮어 자신을 투영한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우리가 하는 예술은 정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도출해서 관객을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정답은 아니다. 제 생각과 해석은 연주를 하면서도 바뀔 수 있고, 내일이 되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음악은 끝이 없는 끝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 금호아트홀 '2024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금호문화재단
    김준형은 친누나인 피아니스트 김경민(29)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누나의 레슨을 따라다니며 피아노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떄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그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못했다. 컴퓨터 게임도 30분만 하면 싫증을 내곤 했는데, 피아노 앞에서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관통하는 평으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의 말을 꼽았다. "저에게 너드(Nerd·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같다고 했다. '너드'는 '지질하다'와 '모범생 같다'는 양면적이 뜻이 있다. 덕후라고 해야 하나.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그런 기질이 음악할 때 많이 도움이 된다."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정식 데뷔한 김준형은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했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헨 국립음대 학사·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 안티 시랄라 사사로 같은 대학에서 현대음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피아니스트는 혼자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예민해지고 피폐해질 때가 많았다. 현대음악 과정에 입학하게 되면 앙상블에 속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양한 악기, 여러 작곡가와 지휘자를 만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음악적인 이해와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아서 현대음악과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