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공관·의전차량… 동선마다 당뇨약 수시 체크, 보관"'법카 유용' 배소현, 텔레그램 통해 李 약수발 세세히 지시"도청 부서별로 출장비 각출, 이재명 개인용품 구입에 써"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가 자신의 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에서 "이 대표가 다니는 동선마다 당뇨약을 비치했다"고 고백했다. 당뇨를 앓는 이 대표를 위해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이 이 대표의 침실과 차, 식탁에서 당뇨약 구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약을 채워 놓는 일명 '약 수발'까지 든 것이다.

    조명현 "당뇨 앓는 이재명 때문에 매일 약 비치해"

    조씨는 저서에서 "이 대표가 당뇨와 어깨통증을 앓고 있어 이 지사의 동선에 따라 약을 매일 비치했다"고 밝혔다. "수내동 자택, 굿모닝하우스 2층 침실과 1층 주방, 이재명 지사 1호차 카니발 차량, 출장용 캐리어에 (약이) 항상 구비돼 있었고 내가 따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굿모닝하우스는 경기도지사가 이용하는 공관이다. 남경필 전 지사 시절에는 시민에게 개방돼 전시관과 게스트하우스로 쓰였지만, 이 대표가 경기도자사로 재임하면서 다시 공관으로 사용됐다. 

    저서에 따르면,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비서관었던 배소현 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씨에게 이 지사의 약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배씨는 "카니발에 당뇨 저녁약 10개, 어깨약 아침 점심 저녁 2개씩 챙겨서 넣어 달라"며 조씨에게 이 대표 약 수발을 들게 했다.

    배씨의 지시에 따라 조씨는 굿모닝하우스에 출근하면 이 대표가 묵는 침실 앞 화장대에서 이 지사의 당뇨약을 수시로 점검했다. 약이 떨어질 떄마다 이곳에 아침·점심·저녁 각 두 알씩 여섯 알을 비치했다. 이 지사가 약을 복용하고 출근하면 약을 채워 놓고, 어깨통증으로 처방받은 약 확인도 일상이었다고 한다.

    조씨는  "(이재명 대표는) 약값 또한 자기 돈으로 구입하지 않았다"며 "이 지사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약조차 스스로 챙기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조씨는 이 대표의 약이 빈번하게 대리처방됐다는 점도 밝혔다. 이 대표가 업무를 이유로 평소 다니던 분당서울대병원에 가지 못하면 경기도청 의무실 소속 의사의 대리처방을 통해 이 대표의 약을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수령했다는 것이다.

    조씨의 책에는 이 대표의 약을 대리처방받아 배치하는 과정이 모두 담겼다. 

    조씨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처방전 촬영하고 ▶ 처방전 사진을 비서실 컴퓨터에 저장한 후 ▶ 이 대표가 비서를 시켜 도청 내 의사에게 똑같은 처방전 작성을 지시하고 ▶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비서실 8급 정모 비서에게 전달 ▶ 정모 비서는 경기도청이 거래하는 약국에 처방전 전달 ▶ 도청 거래 약국에서 약 제조 후 정모 비서에게 전달 ▶ 비서실이 약을 받은 뒤 배씨에게 연락 ▶ 배씨가 조씨에게 비서실에서 약 수령 지시 ▶ 조씨가 약 수령 후 이 지사 동선에 맞춰 비치하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쳤다. 

    그럼에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대리처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대표 부부가 대리처방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경찰은 이 대표에게 약을 대리처방한 전 경기도청 의무실 의사 A씨를 대상으로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카드깡 비용, 공무원 출장 여비에서 갹출됐다"

    조씨는 이 대표의 개인물품 구입 때 공무원 출장비를 끌어다 썼다는 주장도 했다.  

    조씨는 책에서 '카드깡'(카드 바꿔치기) 과정에서 이뤄진 비용 청구가 "비서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무원 출장 여비를 갹출해 모아서 사용한 돈"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청담동 샴푸, 에르메스 로션, 일본산 클렌징오일·향수 등 특정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은 법인카드 사용이 불가능해 개인 카드로 결제한 후 다시 돌려받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조씨가 개인 카드로 결제한 후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 시모 비서에게 구매 내역이 적힌 영수증을 전달했고, 시 비서의 계좌에서 조씨의 계좌로 송금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이재명을 비롯한 '늘공'(직업공무원)에서 '어공'(별정직공무원)까지 모두 이재명과 그 가족들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계획적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들며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표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지시와 묵인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신고서에는 "피신고인(이재명 대표)은 경기도지사라는 직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적 업무에 사용돼야 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횡령 또는 횡령하도록 지시하거나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배우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했다"고 적었다.

    검찰도 조씨의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김동희)는 지난 4일과 5일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 경기도청에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