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 회복"軍 "만반의 대비태세 갖추고 있다"… 9·19 전면폐기 고심
  • ▲ 조선중앙통신은 22일
    ▲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2023.11.22 ⓒ연합뉴스
    북한이 23일 '9·19남북군사합의' 전면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은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국방성은 이 같은 조치를 우리 탓으로 돌렸다. 9·19군사합의가 "대한민국 것들의 고의적이고 도발적인 책동으로 인해 이미 사문화돼 빈껍데기로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 국방성은 우리가 취한 9·19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를 '망동'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국방성은 "대한민국 것들은 무책임하고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국방성 성명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거듭 엄중히 경고"했다.

    전 대변인은 "억제는 힘에 의해 달성되는 것으로,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향후 북한의 조치를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조치를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전 대변인은 북한의 9·19군사합의 파기와 관련 "정부 차원에서 또 필요한 논의와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2일 오후 3시를 기해 9·19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 정지했다. 해당 조항은 군사분계선(MDL)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고정익항공기(전투기)는 MDL 기준으로 동부지역 40㎞(서부 20㎞), 회전익항공기(헬기)는 10㎞, 무인기(드론)는 동부지역 15㎞(서부 10㎞)에서 비행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양국 간 군사력의 차이가 극명한 상황에서 맺은 군사협의가 사실상 우리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체연료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 북한이 계속해서 핵·미사일 등을 개발하며 군사력을 증진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에 군은 북한이 지난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 9·19군사합의 중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우선 대응할 수 있는 감시정찰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일부 조항의 효력을 멈췄다.

    군은 실제로 22일 오후 3시 이후 MDL 이남 5km 일대에 대북 정찰용 무인기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금지구역에 발목을 잡혀 있던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 및 사단급 무인기(UAV) 여러 대는 이날 기상여건이 맞아떨어진 동부 및 서부 최전방 일부 부대를 중심으로 투입돼 대북 밀착감시작전에 나섰다. 

    감시정찰자산들은 북한군 장사정포 및 고사포 진지와 관련한 이상동향, 부대 위치 등에 관한 고가치 영상정보를 다량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9·19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에는 북한이 2019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4년여 동안 3400여 회에 걸쳐 합의를 위반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 북한이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우리 군 역시 군사적으로 불리한 군사합의를 지켜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9·19군사합의에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행태는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9·19군사합의 전면파기를 선언하자 군은 추가 대응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군 역시 군사적 제약이 많은 9·19군사합의 전면폐기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22일 9·19군사합의와 관련 "군사적으로 제약이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한의 도발 양상 등을 보면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 ▲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을 지켜보는 김정은. ⓒ연합뉴스
    ▲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을 지켜보는 김정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