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플라스틱 빨대 금지' 文정부 탁상정책… 실효성 이유로 철회"종이 빨대, 냄새 나고 풀어져… 일회용품 계속 막으면 음식값 오를 것""文 본인은 '평산책방'서 일회용품 쓰다 과태료"… 상인들 "철회 잘했다"
  • ▲ 문래동 카페 거리. ⓒ김성웅 기자
    ▲ 문래동 카페 거리. ⓒ김성웅 기자
    2018년 문재인정부가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매장 내 종이컵 및 플라스틱빨대 등의 사용금지 규정이 실효성 논란 등을 이유로 지난 7일 철회됐다.

    8일 오전 뉴데일리는 환경부 규제 철회에 따른 상인·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영세한 카페가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문래동에 위치한 대부분의 카페는 오전 늦게 장사를 시작하지만 일찍 문을 연 곳도 보였다.

    문래동 카페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60대·남)은 "이번에 철회된 규제는 문재인정부 때 추진된 것"이라며 "정작 자신은(문 전 대통령) 양산 책방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당했는데 아주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민은 "이번 규제 철회가 힘들게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희소식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민(30대·남)은 '종이빨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종이의 눅눅한 냄새가 음료의 향과 섞여 불만이었다"며 "종이가 녹으면 빨대로 음료를 빨아들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 30대 여성은 "종이빨대나 플라스틱빨대나 일회용인 것은 같다"며 "종이빨대 사용이 늘어나면 벌목되는 나무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8일 기준 카페 내에서 종이컵 사용이 가능하다. ⓒ김성웅 기자
    ▲ 8일 기준 카페 내에서 종이컵 사용이 가능하다. ⓒ김성웅 기자
    카페 사장들도 정부가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빨대 규제를 철회하거나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작은 카페에서 수많은 주문을 혼자 처리하던 김모(30대·남) 씨는 "규제 철회 발표가 나기 전부터 매장 내 고객에게는 머그 잔 등에 음료가 나가서 큰 차이는 없었다"면서 "플라스틱빨대 사용기간을 연장해준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김씨는 "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구비했던 플라스틱빨대를 다 버려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서 천만다행"이라며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빨대에 비해 친환경적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카페 사장 배모(40대·여) 씨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그러나 피크 시간 때 다회용 컵이 쌓이면 설거지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종이빨대도 예전에 사용하다 지금은 안 쓰는데, 계도기간이 연장돼서 다행"이라며 "종이빨대는 손님들이 대부분 싫어하신다"고 말했다. 배씨는 그러면서 "심지어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빨대보다 단가가 비싸다"며 "정말 안 쓰고 싶었는데 (이번 철회 결정이) 잘됐다"고 반색했다.

    노점 상인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노량진 컵밥거리도 둘러봤다. 노점 상인에게도 이번 규제 철회는 반가운 소식인 듯했다.

    이곳에서 컵밥을 파는 이모(50대·여) 씨는 "정부가 매장 내 종이컵 사용 허가를 해준 것이 다행"이라며 "기존 방침대로 했다면 판매하던 컵밥가격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손님들은 다회용기를 쓰는 것을 꺼린다"며 "이 좁은 주방에 식기세척기를 구비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나라에서 무조건 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고 (일회용기 사용 등을) 제한해야지. 이번 결정은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컵밥을 파는 또 다른 한 상인 정모(50대·남) 씨는 "환경을 보존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에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금지정책이) 철회돼 한시름 놓았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다회용기 사용이 강제됐다면 (노점 특성상) 손님이 다 드신 그릇을 다시 갖다줘야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가게 사장이나 손님 모두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상인들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상인들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장예찬 "PC주의 입각한 친환경정책 옳지 않아… 탁상공론 규제 없어져야"

    문재인정부에서 시행됐던 환경 관련 규제가 사실상 사라지자 국민의힘에서는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정부가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빨대와 비닐봉투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환영한다"고 게시했다. 

    장 최고위원은 "탁상공론으로 국민들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규제를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오히려 종이빨대의 탄소 배출이 플라스틱빨대보다 5.5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장 최고위원은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에 입각해 무조건 밀어붙이는 친환경정책이 아닌,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를 기대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 종이빨대가 제발 사라졌으면"이라고 기대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됐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세계 환경의날을 맞아 "환경보호는 나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비닐봉지 사용만 줄여도 원유 사용이 줄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줄어든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머그 컵과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8일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해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조급하게 도입된 정책… 충분한 사회적 합의 이르지 못해"

    환경부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단속이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조치가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1월24일 식당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빨대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1년의 계도기간을 운영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정부는 계도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4일부터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빨대 등을 사용할 수 없게 할 예정이었다.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물릴 계획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철회됐다.

    임상준 환경부차관은 "1년의 계도기간에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규제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역시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11월이었다. 정부는 4년의 시간 동안 규제 조치의 안착을 위해 계도기간을 설정하면서 시행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이 정책이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규제를 철회했다. 임 차관은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 "조급하게 도입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환경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매장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다회용 컵과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겠다"며 "친환경 매장 인증 등 다양한 지원책과 인센티브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 인력난, 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 ▲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 4월25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 책방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 4월25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 책방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