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美랜드연구소, '한국 핵 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 발표"한미, 북한이 핵 동결하지 않으면 6개월마다 4단계 절차 순차 이행""주한미군기지 내 미 전술핵무기 저장 시설 현대화하거나 신축 건립""태평양서 작전 중인 미 SSBN 적재 핵무기가 북한 겨냥토록 지정""미 전술핵무기 100기가량 현대화해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미, 전술핵폭탄과 핵 투발 이중목적 항공기의 한국 배치 확약"
  •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요한 핵무기 저장 시설을 마련해둠으로써 향후 미국 핵무기의 재배치를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상당한 외부 지원이나 추가 능력 없이 2030년까지 핵무기 300~500개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명백한 '핵 우세' 속에서 핵 동결을 이끌어내려면 미국이 B61 핵폭탄 100기 등을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한미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한미는 미국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 안보를 지원하는 용도로 지정하고 나아가 한국에 실제 배치하는 등의 단계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연합뉴스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한미는 미국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 안보를 지원하는 용도로 지정하고 나아가 한국에 실제 배치하는 등의 단계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연합뉴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 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의 핵 보장이 달성되려면 북한 핵무기와 균등한 수준의 미국 핵무기가 필수적으로 확보돼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 동결을 하지 않으면 6개월 간격으로 4단계 절차를 순차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실제적인 위협을 가할 핵무기전력을 확보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핵무기 위협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한국을 직접 침략하지 않고도 지배하려 할 것"이며 "미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더이상 억제 기능은 물론 한국에 대한 보장을 위해서도 적절하지 않게 됐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1단계: 주한미군기지 내 전술핵무기 저장시설 현대화 혹은 신축 건립"

    연구진이 제안한 4단계의 첫 단계(1단계)는 '한국 내 전술핵무기 저장시설 현대화 혹은 재건설(신축 건립)'이다. 연구진은 "현재 남아 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모두 B61 핵폭탄이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한국 내 미 공군기지(군산·오산)에 핵무기 저장시설을 건설해 유사시 전투기에 핵폭탄을 정착하고 미국 보안부대로 해당 시설을 보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2단계: 태평양 美전략핵잠수함(SSBN) 적재 핵무기 北 겨냥토록 해야"

    1단계에서 북한이 핵 동결을 하지 않으면 한미 양국은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혹은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2단계로 나아간다. 

    연구진은 "현재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20기와 미사일 한 기당 약 4발의 탄두가 탑재된다. 따라서 북한을 표적으로 이러한 잠수함 한 대를 투입하는 것은 최대 80기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잠수함 한 대가 귀국 후 다른 잠수함으로 교체될 때마다 핵무기는 순환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3단계: 한국 부담으로 美전술핵무기 100기 현대화… 독자 핵무장 비용보다 적어"

    3단계는 미국산 B61 핵폭탄 100기의 현대화 비용을 한국이 지원하고, 한미가 이를 한국 지원용으로만 사용하겠다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략 및 전술핵무기 목적으로 B61 폭탄을 제작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인해 100억 달러를 들여 480여 기만 'B61-12' 구성으로 현대화했다. 

    한국은 독자적으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잠재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독자적 핵무기 생산에 따르는 모든 심각한 문제(NPT 위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수급 불가 등)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4단계: 美, 전술핵폭탄·이중목적항공기 한국 배치… 핵무기 180기 지정"

    4단계에서 미국은 제한된 수(약 8~12개)의 미국 전술핵폭탄과 몇 대의 핵투발 이중목적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확약한다. 이때 1단계에서 마련한 핵무기 저장시설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증가하면 어느 시점에 한국 주변이나 한국에 제한적 핵공격을 단행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양국이 이러한 공격에 핵무기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세계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신속한 심리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한국에 일정 개수의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면 한미 양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간섭이 시작되기 전에 핵무기 대응을 할 수 있고 명백한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이 방안이 시행된다면 향후 수년 안에 약 180기의 미국 핵무기가 한국 안보용으로 지정될 것이고, 이 중에는 상징적 혹은 실제 작전적 목적으로 한국에 배치된 8~12기의 B-61 항공폭탄이 포함될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1960년대 NATO에 대해 취했던 것과 유사한 가시성(visibility)이 높은 조치를 통해서 전략적 명확성(strategfic clarity)을 제고해 한국에 대한 핵 보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영국 내 '라켄히스'(Lakenheath) 미 공군기지. 앞서 조비연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라켄히스 기지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주한미군기지의 과거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전술핵을 '연성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언한 바 있다. ⓒ라켄히스 주영(駐英)미군기지 웹사이트
    ▲ 영국 내 '라켄히스'(Lakenheath) 미 공군기지. 앞서 조비연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라켄히스 기지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주한미군기지의 과거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전술핵을 '연성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언한 바 있다. ⓒ라켄히스 주영(駐英)미군기지 웹사이트
    주한미군기지 내 핵무기 저장시설 마련, 美 핵우산 잠재적 제약 해소할 '첫 단추'

    연구진이 제시한 4단계 절차는 '한국 내 전술핵무기 저장시설 현대화 혹은 재건설'이라는 첫 번째 단추를 꿰어야만 실현 가능한 옵션이 된다. 한미 양국이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구체적 공약 없이도 핵무기 저장시설을 마련함으로써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 핵우산의 잠재적 제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유럽 내 미국 핵무기 저장시설들은 케이블, 지휘통제시스템, 무기 유지보수 및 관리 시설, 경계보안, 활주로 및 활주 구역을 포함해 설비 교체나 개보수를 거쳐왔지만, 군산공군기지와 오산공군기지의 핵무기 저장시설은 각각 1991년, 1976년부터 30년 이상, 45년 이상 핵무기 저장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군산·오산공군기지에 방치돼 있는 'WS3 시스템'(핵무기 저장고, 무기 보관 및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공군기지 지하에 강화된 지하 터널을 만들어 새로운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하 터널 입구를 강화하고 터널 내부에 방폭문을 설치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파괴하는 데 많은 핵탄두를 사용해야 한다.

    브루스 베넷 "동해안에 美항공모함 배치, 북한이 ICBM 발사하면 요격"

    이날 연구진을 대표해 발표에 나선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김정은은 3번이나 ICBM 시험발사를 했다. 미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동해안에 미국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북한이 ICBM 발사 시 요격, 격추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한미가 준비태세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최강 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최강 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강 "핵협의그룹(NCG) 내에 전략자문단 구성… 美 핵우산에 '전략적 명확성' 더해야"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두 싱크탱크가 권고해왔듯이 15~20명가량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자문단'을 핵협의그룹(NCG)에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팀은 특히 한미연합군사령부(CFC) 소속 양국의 전쟁 설계자들에게 핵무기와 관련한 배경지식, 핵무기의 잠재적 영향, 그리고 양측에서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NCG가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도상훈련(TTX)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 원장은 "과거에는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구분했지만, 지금은 재래식 무기 군사력과 핵전력을 어떻게 통합할지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이를 통합해 우리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우리도 통합 대처해야 한다"면서 "전략적 모호성 때문에 북한이 더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미국 핵우산에 전략적 명확성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