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주제로 콘퍼런스 개최"조용한 외교 교섭?… 강제북송은 양보 힘든 인권문제임을 천명해야""박진은 싱하이밍 초치 않고 김영호는북송 예견됐다고만… 대처는?""아시안게임 직후 중국이 북송한 탈북자 중 국군포로 가족도 있어"
  •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석우 전 통일원(통일부) 차관, 배기찬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조문정 기자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석우 전 통일원(통일부) 차관, 배기찬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조문정 기자
    "한국 정부는 국제 협약에 따라 매우 당당하고 정당하게 공식적으로 중국에 '탈북자(북한난민)'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해야 한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북한인권 전문가들의 호소가 한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가족과 연계된 한국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외교부에 '강제북송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며 2년이나 찾아가 매달렸지만 매번 '기다려 달라'는 말 외에는 돌아온 답변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무총리,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발언하는 것 외에, 단 한 번도 외교적 문서나 공식 대변인의 정확한 발표가 없었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이고 현직 대통령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한국은) 중국이 탈북자 송환을 중지하고 국제기구와 함께 탈북자를 보호할 난민보호소 마련에 협력하도록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와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에 공식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외교부를 향해 ▲'탈북자 보호 매뉴얼' 공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제3국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의 탈북자 보호 역할 강화 ▲재중 탈북자들의 연락과 보호 요청 수용 ▲대한민국 임시 여권 발급을 비롯한 대한민국 입국 절차 마련 등을 주문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일부 한국 정부가 취해온 '조용한 외교 교섭'은 인권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도, 강제북송을 막는 데도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정부는 재중 탈북민을 적극적으로 보호,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강제송환 문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보하기 힘든 인권문제임을 대외적으로 천명(闡明)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특히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을 포함해 특정 시기에 국제 여론에 따라서, 또는 서방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서 (탈북민에 대해) '제3국 추방' 형식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방국으로의 망명을 결과적으로 용인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강경책을 자제하고 탈북민의 기본적인 안전만이라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원(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34개 합의사항이 담긴 굉장히 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 탈북동포들을 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와 같은 정확한 메시지를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대통령 등이 강하게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중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탈북자들을) 야밤에 북송했는데,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성명서 하나 내지 않았다. 외교부 장관(박진)은 중국 대사(싱하이밍)를 한 번도 초치하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김영호)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송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며 "당연히 예견됐던 일에 대처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아울러 "중국은 초기에 탈북자를 도와주기도 했는데, 탈북자가 대량 발생하고 북한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약 25년 전부터는 체포해 북송했다"며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고도, 중국을 1 대 1로 맞서려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탈북민 강제북송은 국제 규범을 이러이러한 점에서 위반하므로 중국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유엔이나 유럽연합(EU)에 읍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가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현황과 송환된 탈북민들이 처한 위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제공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가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현황과 송환된 탈북민들이 처한 위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제공
    이영환 "북송 탈북자 중 국군포로 가족도 있다… 中 교도소 북한 수감자는 1000여 명"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수십 년간 '국군포로 가족' 구조활동을 해온 정보제공자의 증언을 토대로 "중국은 아시안게임이 폐막한 다음날인 한글날(10월9일)에 500여 명을 북송했는데, 코로나 기간에 중국에서 체포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고 국군포로 가족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자손이 탈북했다 북송됐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북한 김정은정권은 수시로 재조사를 벌여 북한에 없는 사람들을 실종 혹은 사망 처리해 주민등록을 말소(抹消)시킨다"며 "오래전에 탈북해 장기간 중국에 체류하던 사람은 북한으로 돌아가도 이미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이고, 처벌이나 형기를 마친 뒤에도 북한에서 살 터전을 잃은 '성인 고아' 상태가 돼 다시 목숨을 걸고 탈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북한의 국경 봉쇄 해제 공식화(8월27일) 전까지 중국 변방대 구류장들과 교도소(감옥)들에 갇혀 있던 탈북자와 '북한 국적' 수감자의 규모는 총 2000여 명, 그 중 아시안게임 전후로 북송된 탈북자는 총 620여 명, 중국 교도소에 남아 있는 북한 국적 수감자는 1000여 명이다.
  •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백범석 "中, 난민협약 맹점 이용해 '난민 지위 불인정'… 국제인권법 활용해야"

    백범석 교수는 "(탈북자가) 난민협약의 보호를 받으려면 '협약상 난민'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자의적으로 부정하고 이들을 '불법 이민자'나 '경제적 이주민' 등 '경제적 궁핍자'로 취급하며 보편적 난민 절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국제인권법'에 기반한 법정책적 방안을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백 교수가 이같이 제언한 이유는 1951년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의 맹점 때문이다. 난민협약이 난민 지위의 입증 기준과 입증 책임 등 '난민 인정 절차'에 대한 규정은 두지 않고 있는 탓에 어떤 난민 인정 절차를 채택할지는 각 체약국의 국내법과 입법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국제 관례와 중국 국내법(변경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 의정서 등)에 따라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천명하며 탈북자를 '불법 밀입국한 불법체류자', 즉 '범죄자'로 분류해 단속을 통해 적발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해왔던 것이다.

    반면, 국제인권법은 난민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당사국 영토 내의 모든 개인에게 적용되므로 이러한 제한이 없다. 백 교수는 "2023년 현재 중국 정부는 9개의 핵심 국제인권조약 중 총 6개(인종차별철폐협약·여성차별철폐협약·고문방지협약·아동권리협약·사회권규약·장애인권리협약)를 가입·비준하고 있는데, 특히 고문방지협약 제3조의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 농르풀망 원칙)은 국제인권법상 '확립된 국제 관습법'으로 인정된다"고 소개했다.

    백 교수는 "난민협약 제33조와 달리, 여기에는 예외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상이 난민일 필요도 없다. 인간이라면 다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에 대해서는 추방 및 송환에 더해 범죄인 인도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재호 "인권문제 해결 더딘 中, 자유권규약 미가입… '체제 특성' 주장하면 우리도 '北 체제' 언급해야"

    좌장을 맡은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국제인권규약(사회권규약·자유권규약) 중에서 사회권규약에만 가입했다. (인권문제에 대해) 사회권규약은 '점진적으로, 서서히 해결하라'고 돼 있는 반면에 중국이 미가입한 자유권규약(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은 '빨리 고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자유권규약에 가입하고 있지 않으니 (탈북자 인권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 교수는 이어 "북한 인권문제가 야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체제에 있다"며 "탈북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탈북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제적 이유는 북한 체제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중국 대사가 탈북문제와 관련해 '중국 체제를 이해해 달라'고 하면 우리도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호적인 측면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독일, '탈동독인→독일난민' 칭해… 우리도 '북한난민' 용어로 탈북민 없다는 中 주장 일축해야"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탈북민' 또는 '탈북자'라는 용어 대신 '북한난민'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영 이사장은 "독일에서는 아주 객관적인 용어를 썼다. 탈동독자들을 '탈동독인이라고 하지 않고 '독일난민'이라고 했다"며 "'난민, 탈북자는 없다'는 중국의 주장을 틀어막으려면 우리도 탈북자를 난민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