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비리' 배임죄로… 검찰, 이재명 불구속 기소민주당 '당헌 80조'… '부정부패 관련 기소 시 당직 정지'조정식 "검찰 수사는 정치탄압… 당헌 80조 적용 안 해"'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비명계 "李 사당화 증명한 꼴"
  • ▲ 백현동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백현동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백현동 개발비리 특혜의혹'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기소 시 당직 정지'를 명시한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정치탄압'이라서 예외를 적용했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18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비리 특혜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당헌 80조 1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 민간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에 해당하는 배임죄로 기소됐기 때문에 당직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지 않았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당헌 80조를 적용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와 관계 있는 수사는 정치탄압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 사무총장이 언급한 '정치탄압'은 징계와 관련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당헌 80조 3항을 뜻한다. 다만 징계를 취소하려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당무위는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다. 민주당 당무위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등 80여 명으로 구성된다. 

    조 사무총장은 당무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이유를 "그것(당헌 80조 적용)을 건건이 할지 나중에 이 대표가 복귀하면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며 "지금 당무위에서 바로 결정할 것인지 여부를 아직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당헌 80조 적용 여부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22일 당무위를 열어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비리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를 두고 '정치적 탄압'을 인정해 당헌 80조 1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 오전 11시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오후 5시 당무위를 소집했다. 이때 이 대표의 당직은 유지된 채 당무위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기소되면 자동으로 당직이 정지되는지 여부를 정치탄압 여부 판단에 앞서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무위는 이 대표에게 당헌을 예외 적용해 당직 유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당시 본지에 "민주주의의 1차적 요건은 절차다. 기소 내용을 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처리했던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7개월 전 이 대표가 기소되자마자 급하게 당무위를 소집한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이번 대응 방식은 미온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검찰 수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지 않았느냐"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당내 다수 여론이기 때문에 굳이 당무위를 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2000여 명은 이날 법원에 이 대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을 운영 중인 민주당원 백광현 씨는 이들을 대표해 "민주당은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당직을 당헌 80조에 따라 정지시켜야 함에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재판으로 인해 정상적인 당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이 이 대표 직무를 정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를 증명하는 꼴"이라며 "당이 이 대표를 위해서 맞춰져 있다. 이 대표가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배임은 부정부패와 다르다. 80조 1항에서 (직무정지 조건으로) 규정한 것은 정치자금 수수나 뇌물죄"라며 "배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