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안보대화(SDD) 첫 번째 본회의 18일 개최주한 EU대표부대사 "안보리가 움직이지 않아 북한 보폭이 더 넓어졌다"랩슬리 NATO 사무차장보 "북·중·러 독재국가 간 협력 강화되는 상황"前 미국 핵·WMD 부차관보 "北, 핵무기 포기 안 해… 억제에 초점 맞춰야"
  •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대북제재를 효과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2023 서울안보대화(SDD) 첫 번째 본회의가 개최됐다. '고도화된 북핵 위협과 국제사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는 한국·미국·일본·유럽 등을 대표하는 정부 및 군 관계자 또는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사회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세리자와 키요시 일본 국방부 방위심의관, 앵거스 랩슬리 NATO 방위정책기획사무차장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표부대사, 모냐 일레인 번 전략컨설턴트(전 미국 국방부 핵·WMD 부차관보)가 패널로 참여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현재 유엔 안보리의 행동이 취해지지 않아 북한은 운신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더욱 효과적인 제재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가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북한의 핵 위협은 유럽의 위협이자 전 세계의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공동의 가치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협력해 핵무기와 관련한 양상들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독재정권의 특징은 핵을 향한 유혹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20년 동안 핵무기 증강뿐만 아니라 핵무기 전달 체계의 고도화 등 역랑을 계속 강화했고, 주변에 기술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상기했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중국·러시아·북한 등 독재국가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가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럽에서는 매년 핵 관련 공동 합동훈련을 진행하면서 국가 간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전제한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국가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미국과 한국이 NCG(핵협의그륩)을 설립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주 좋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北, 당분간 핵무기 포기 안 할 것… 사용 억제에 초점 맞춰야"

    번 전략컨설턴트는 "김정은은 당분간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의 핵 사용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번 컨설턴트는 "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마찬가지이고 많은 국가들이 연합해 대응하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은 자체적으로 핵 억제력을 갖고 있고, 미국까지 합쳐지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선언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한반도 내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과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한 번 컨설턴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70년 간의 공약은 여전하다. 미국의 핵전력이 어디에 있든지 한국에 대한 약속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세리자와 방위심의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일본의 국가안보에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리자와 심의관은 "북한은 미국의 핵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핵전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미국을 향한 전략핵무기에 이어 한국을 향한 전술핵무기 개발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리자와 심의관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한·미·일은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위한 기술적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차관은 "김정은은 별다른 업적이 없자 핵무력에 집착해 헌법에까지 포함시켜 핵 보유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우주발사체도 발사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의 핵 개발과 연계돼 있다"고 진단했다.

    신 차관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푸틴과 김정은의 러·북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재래식 전력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고, 북한은 핵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제공받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며 "이것을 막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여 년 이상 노력 기울여 北 비핵화 이뤄내야"

    패널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신 차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실패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긴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한다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0여 년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언젠가는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신 차관은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북한 비핵화는 아직은 실패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 "원인은 근본적으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보다 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김정은정권은 주민의 복지 등을 모두 내팽개치고 오로지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에 매진했다"며 "그러한 강력한 의지를 대한민국 정부조차 간과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차관은 "북한과의 무력충돌이나 외교적 분쟁 등 갈등을 맞으면서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일본·러시아·중국 등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차관은 또한 "북한의 전략적 셈법은 핵무기를 보유하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김정은에게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핵을 개발해도 한반도 주도권을 다질 수 없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관련한 사회자의 질문에 "나토와 같은 핵자산 공유 모델이 한국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토식 핵 공유)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이전인 1960년대부터 생겨난 체제로, 아주 오래됐다"고 지적한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이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나토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러시아나 테러그룹들의 공격에 대응한 억지를 검토했다"며 "맞춤화한 억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한 (억지) 방법이 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핵무기 배치가 유일한 옵션이 아니"라고 말했다.

    랩슬리 사무차장보는 비핵화가 여전히 실패하고 있는 이유로 "군비 통제 및 군축과 관련한 국제적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