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패전 책임은 장수가 져야… '파천황' 변화 없이 총선 어렵다"김진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한 마당… 당 어려울 땐 수습부터"서병수 "대통령실만 쳐다볼 것 아냐… 金, 각오 있다면 다시 시작해야"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책임소재를 두고 충돌하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 완패 후 사흘 만에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카드를 내놓았지만 당 내에서는 당 대표 책임론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원로격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졌다. 누구누구를 손가락질할 것 없이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왜 졌는지도 분명하다"며 "책임은 어디까지나 당에 있다"는 글을 올렸다.

    서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내내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슬로건이, '대통령과 핫라인'이라는 선거 전술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되새겨보면 안다. 그렇다고 용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길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라며 "국민의 심부름꾼이어야 할 당이 대통령실 뒤치다꺼리만 골몰하지 않았는지 되새겨보면 안다. 집권당이 대통령실 눈치를 보기 전에 국민의 마음부터 살피고 전달하라는 뼈아픈 질책, 이게 이번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를 향해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정부가 바른 길을 갈 때는 확실하게 뒷받침하겠지만, 민심과 엇나갈 때는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당신에게 있는가"라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직격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도 "그럴 각오가 있다면 다시 시작하라"며 "김기현 대표를 신임할지 혹은 불신임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입으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에 달려 있다"고 쇄신을 요구했다.

    이어 "연포탕(連包蕩)의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던 그 약속부터 실천하라. 지금 절박한 과제는 집권당으로서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힘이 만들어낸 정부라는 책임감, 당당한 집권당, 이런 자세로 다시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집권당으로서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핵심축이다. 집권당이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어떤 역할을 어찌하느냐에 국민의 삶과 나라의 앞날이 걸려 있다"며 "우리의 책임이 이토록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사흘 만인 지난 14일 친윤계 핵심 인사들을 비롯해 임명직 당직자가 전원 사퇴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까지 거론됐지만 당 전체가 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선에서 책임을 마무리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 대표 책임론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SNS상에서 김 대표 사퇴론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용산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당을 이끌어가면서 총선을 치를 훌륭한 분들이 있다. 지금 지도부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총선 앞두고 또 도장 들고 나르샤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지도부로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며 "모두 심각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파천황(破天荒)의 변화 없이는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진태 지사는 "홍준표 시장께서 김기현 대표 물러나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이 어려울 때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다 나가라고 하면 누가 수습하나"라고 반문하며 김 대표에 힘을 실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임명직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까지 한 마당에 당의 원로께서 이렇게 초를 치는 건 보기 좀 민망하다"고 했다.

    홍 시장은 김 지사를 겨냥해 재반박에 나섰다. 홍 시장은 "초친다고 표현한 것은 좀 심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혼자 남아서 수습하겠다고 우기는 것이 오히려 넌센스"라고 맞받았다.

    홍 시장은 "당 대표가 당무를 잘못해 책임지고 물러나면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수습을 하게 된다. 그런 적이 여야 정당에 한 두번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당헌에도 그렇게 돼있고 늘 정당은 그렇게 운영돼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15일 오후 4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새 임명직 당직자 인선과 당 혁신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