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강서구, 우리 당으로서 험지"… 애써 패배 의미 축소 나서與, 지난 대선·지선 모두 강서구서 약진… 부동의 '험지' 아니었다김태우, 사전투표 이어 본투표서도 열세… 강서구 모두 野에 내줘
  • ▲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접한 뒤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는 진교훈(왼쪽)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와 패배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정상윤 기자
    ▲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접한 뒤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는 진교훈(왼쪽)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와 패배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정상윤 기자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 녹록한 여건 아니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지난 12일 강서구지역 성향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는 만큼 국민의힘에는 어려운 선거였다는 점을 피력하며 17.15%라는 두 자릿수 격차를 애써 무마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강서구는 국민의힘에 진짜 험지일까. 최근 전국단위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태우, 강서구 20개 행정동서 참패… 여야 간 격차도↑

    이번 강서구청장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6.52%(13만7066표)의 지지율을 얻어 당선됐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진 후보보다 17.15%p 낮은 39.37%(9만5492표)의 득표율에 그쳤다.

    김 후보는 강서구 내 총 20개 동 가운데 단 한 곳에서도 진 후보를 이기지 못하고 승기를 내어줬다.

    사전투표가 진보 진영에, 본투표가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는 통설도 빗나갔다. 진 후보와 김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각각 7만4200표, 3만4585표를 얻었다. 본투표에서는 진 후보가 6만2866표를, 김 후보는 1959표 적은 6만907표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강서구에서 여야 후보 간 격차는 2.2%p에 불과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9.17%, 윤석열 대통령은 46.97%의 득표율을 얻었다.

    강서구 내 20개 행정동별 득표 현황을 살펴보면 '험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강서구 민심은 국민의힘을 향해 있었다. 

    윤 대통령이 13개 동에서 우위를 점했고, 이 대표는 7개 동에 그쳤다. 다만 이 대표는 7개 지역에서 큰 득표율로 윤 대통령을 따돌리며 강서구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강서구 표심,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에 기울어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도 역시 국민의힘은 강서구에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무려 12년 만에 보수 정당 소속 구청장 당선자가 나온 것이다.

    김태우 당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후보는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2.61%p 차이로 앞서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강서구 20개 동 중 무려 15개 동에서 김승현 후보에게 앞섰다.

    함께 치러진 광역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강서구는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강서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56.09%, 송영길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42.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무려 14.99%p 차이로 따돌렸다. 심지어 오 시장은 강서구 20개 동 모두에서 송 전 후보를 꺾으며 민주당에 압승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해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실시됐던 2021년 4·7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도 강서구는 국민의힘 후보자였던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열린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의 파이널 유세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열린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의 파이널 유세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文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진 성난 '부동산 민심'

    강서구는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기도 할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마곡지구(가양1동, 방화1동 등)와 우장산동 등 고가의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한해서만 국민의힘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도드라지면서 지난 전국단위 선거에서처럼 국민의힘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값으로 수도권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물 건너간 무주택자에게는 허탈감과 박탈감을 안겨줬고, 유주택자에게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떠안겼다.

    결국 성난 '부동산 민심'은 투표를 통한 문재인정권 심판으로 이어졌다. 강서구 역시 그 대상이었다. 

    강서구는 부동의 험지가 아니었다. 부동산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 전반적으로 '민주당 강세'였던 강서구 표심은 2021년 이후에 실시된 모든 선거에서 보수 정당으로 기울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세를 보였던 강서구 내 모든 동의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성난 부동산 표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보수화'했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7.02%p 앞섰던 가양1동에서도, 6.47%p 앞섰던 우장산동에서도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을 택했다. 

    尹정부 심판론으로 이어질라… 尹, 당·정 쇄신 앞장서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국민의힘의 화곡동 유세활동이 거론된다. 전세 세입자들이 많은 화곡동에서 재개발을 강조하기 위해 '빌라에서 아파트로'라는 취지의 구호를 외쳤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특성에 맞는 민심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정책과 총선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정부 역시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번 보궐선거 투표 결과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근접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만큼 30% 박스권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정부에 염증을 느꼈던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결성됐던 '반 문재인 연합'을 재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에서 승리를 견인했던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의 결합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불었던 바람이 불어야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윤 대통령) 집권이 1년5개월 정도 지난 상황에서 대선 당시의 바람과 거품이 사실상 꺼져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