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향 "'5차 중동전' 확전은 무리…아랍권, 이란 대리전·역내 전면전 확산 막을 것"조한범 "北, 오랫동안 하마스와 '군사적 커넥션' 의혹 받아와…반미연대 강화 '호기'"
  • ▲ 이스라엘 정부가 8일(현지시간)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7일 연기가 치솟는 모습. ⓒAP/뉴시스
    ▲ 이스라엘 정부가 8일(현지시간)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7일 연기가 치솟는 모습. ⓒAP/뉴시스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미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2개의 전장(戰場)을 분산된 미국의 외교력이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번 '하마스 사태'가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북한 전문가들은 '하마스 사태'가 중동지역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최근 몇 년간 추진돼온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화해 무드'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이슬람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중재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아랍권 국가들, 이란과의 대리전·역내 전면전 확산 막을 것"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역내 안정과 경제개혁으로 '제 코가 석 자'인 중동국가들은 하마스 사태가 대리전이나 역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과거에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동지역 주요 국가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지역에 대한 관여를 줄이자, 이들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팽창주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국가들이 국내 정치·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마스 사태가 확전될 가능성도 낮다. 장 센터장은 "만약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하려고 한다면 정권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따를 것이다. 이란 정권은 오랜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경제상황에서도 레바논 내 대리조직인 헤즈볼라, 그리고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장 센터장은 이어 "최근 이란이 '하마스 배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은 사실 '국내 청중용'이다. 하마스의 '판단 실수'로 사상자 수가 급증하고 중립국들까지도 하마스를 대대적으로 비판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너무 섣부르게 보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사태, 북한으로서는 반미연대 강화 '호기'(好期)"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신냉전 구조'를 언급하며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했던 북한으로서는 하마스 사태가 '호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주력했던 미국의 안보적 시야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수도권에는 가자지구 인근의 10배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고, 북한은 하마스의 수십 배에 달하는 타격 수단이 있기 때문에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우리에도 북한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하마스 간에 군사적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북한과 이란 간의 군사적 커넥션은 확실한 만큼, 북한산 무기가 이란을 거치든 하마스에 직접 갔든 북한은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고 연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시리아전, 예멘 내전, 리비아 내전 등처럼 '하마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스라엘과 수니 아랍권의 '중동 데탕트'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하마스의 이번 기습공격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스라엘에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마스는 전략적인 실수를 범했다. 대규모 인질사태와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로서는 강경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참혹한 유혈사태가 소셜미디어(SNS)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