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與 이사 1人 사의 표명… 최재훈 후보도 사표 던져'진퇴양난' 이사회, 간담회도 연기‥ 재공모 카드 만지작여권 이사 이탈로 '與 과반' 무너져‥ 사장 선임 '안갯속'
  •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KBS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KBS
    지난달 21일부터 후보를 공개 모집하며 시작된 KBS 차기 사장 레이스가 최종 후보 선출을 눈앞에 두고 중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일 서기석 KBS 이사장이 직권으로 결선 투표일을 연기해 '사장 후보 선출 규칙 위반'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튿날 여권 이사 중 1명이 사의를 표명하고 야권 이사들이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정족수 미달'로 결선 투표를 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게다가 결선 투표 대상에 올랐던 후보 1명이 투표 전날 전격 사퇴하면서 2명의 결선 후보 가운데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만 남는 상황이 됐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후보군 가운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이 없고 △'낙하산' 논란이 있는 데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아, 사장 후보 공모를 다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이사진, 후보 선출 두고 의견 갈려

    당초 KBS 이사회는 지난 4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3명의 후보군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면접심사 후 실시한 사장 후보 선출 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가 가려져 5일 오전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사회 과반(11명 중 6명)을 차지한 여권 추천 이사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6명 중 1명이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서 여권 이사들의 표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것.

    야권 이사 중에서도 1명이 나머지 이사들과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 '이탈 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 결과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최재훈 KBS 부산총국 기자가 1·2위를 기록했으나 두 사람 모두 '과반 득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여권 이사 1명 사의… '여권 과반' 무너져

    앞서 '26대 KBS 사장 임명제청에 관한 규칙'을 만들면서 4일 당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기로 합의한 KBS 이사회는 이날 표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 투표를 3회까지 진행하고,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 사장 후보를 재공모하기로 했다.

    이에 이사회는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서기석 이사장이 오후 8시 10분경 '이사 한 분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며 오는 6일 오전 이사회에서 '재투표'를 하기로 하고 휴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야권 이사들은 "결선 투표를 연기한 것은 '10월 4일 3인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사장 후보자를 제청한다'는 사장 선임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권 이사 중에서는 A이사가 결선 투표 연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날 A이사는 "의견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5일 오전 이사회 사무국에 사의를 표명했다.

    본지 취재 결과 A이사는 '내정설'에 휘말린 박민 논설위원의 지원 철회와, 사장 후보 재공모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여권 이사 중 2명이 박민 위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사장 후보 공모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박민 유력설'은 힘을 잃게 됐다.

    최재훈 "이사회 정파적 표결에 자괴감 느껴"

    야권 이사들의 반발로 결선 투표 자체가 어려워진 가운데, 1차 투표에서 2위에 올랐던 최재훈 기자가 돌연 사퇴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최 기자는 지난 5일 밤 "지금의 사퇴가 KBS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하기에 주저 없이 사장 후보에서 물러난다"며 이사회 사무국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기자는 "이사회 결선 투표를 앞두고 이사 사퇴 등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사회 파행으로 인한 '사장 공석 장기화'는 김의철 전 사장이 제기한 사장해임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빌미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의 정파적 표결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개탄한 최 기자는 "KBS 정상화를 위해 일해 보겠다는 저의 순수한 의지는 정치색이 덧씌워진 표결로 빛이 바랬고 함께 투쟁해온 동지들조차 오해의 시선을 보냈다"며 "분열의 빌미가 되는 듯해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최 기자는 KBS 이사회를 향해 "KBS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6일 오전 열기로 했던 '긴급 간담회'도 무산


    현재 KBS 이사회는 최종 후보군 3명에 포함된 박 위원과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가운데 사장 후보를 정하거나, 공모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과반을 차지하던 여권 이사진 가운데 1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야 이사가 5 대 5로 '동수'가 됐기 때문에 투표를 해도 '과반 득표자'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결선 투표를 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야권 이사들은 '결선 투표 대신 간담회를 진행하자'는 여권 이사들의 제안에 응해, 6일 오전 1명을 제외한 4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이에 총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가 열렸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폐회했다. 이사회 후 갖기로 했던 비공개 긴급 간담회는 추후 날짜를 정해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