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탄핵 주역인 '프리덤 코커스', 하원 '캐스팅보트' 역할트럼프도 못 말리는 강성 소수파, 트럼프 2기 외교에 영향력 행사할 듯"프리덤 코커스 멤버가 한반도 종전선언 주장… 법안은 표결 부쳐진 적도 없어"
  • 미국 권력서열 3위이자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를 사실상 자당 내 강성 소수파인 '프리덤 코커스'가 '축출'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코커스'라고도 불리는 이들이 추구하는 '극우정치'가 한반도 외교안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원 435석(2석 공석) 중 20~40석을 차지하는 프리덤 코커스는 감세와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강경 우파다. 이들은 공화당 주류가 지지하는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국경 보호를 지지한다. 

    내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지만, 2017년에는 오바마케어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트럼프케어'를 무산시켜 '트럼프도 못말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34년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인 하원의장 해임사태에서 드러났듯, 하원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은 프리덤 코커스다. 공화당 221석 대 민주당 212석으로 근소하게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 의결 정족수는 218표다. 

    그러나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을 비롯해 앤디 빅스·일라이 크레인(이상 애리조나), 켄 벅(콜로라도), 팀 버쳇(테네시), 밥 굿(버지니아),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맷 로젠데일(몬태나) 등 공화당 소속 의원 8명에, 찬성 당론을 정한 민주당 의원들이 기권표 없이 전원 가세하면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해임안이 통과됐다.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프리덤 코커스가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트럼프가 내년 11월 재선에 성공한다면 프리덤 코커스가 트럼프의 지지 세력으로서 미국 외교정책기조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프리덤 코커스가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정책이나 법안 통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면서 "미시간·버지니아·애리조나 등 경합주(swing state)가 3~4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탄핵사건은 트럼프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동맹을 경시하고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했던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와는 달라졌다. 트럼프가 동맹 시스템을 유지, 활용하되 동맹국에 '중국 때리기'를 위한 비용 분담은 확실히 시키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트럼프는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을 압박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한미동맹도 북한문제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도 때리는 쪽으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하원의장 공석이 장기화하면 국방수권법(NDAA) 처리가 무산돼 주한미군의 대응 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해 민주당·공화당 내 다수와 임시예산안을 추진했는데, 그 임시예산안 유효기간이 만료하는 다음달 중순까지 본예산 처리에 실패하면 셧다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국방수권법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서 교수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면 이전 수준으로 동결해서 '땜빵식'으로 처리해온 지가 꽤 오래됐다. 국방수권법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레임덕 세션' 때 통과됐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또한 "프리덤 코커스가 한반도 안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침소봉대해서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매카시 해임에 찬성한 8명 중 한 명인 앤디 빅스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법안' 공동 발의자 50명 중 유일한 공화당 의원이다. 빅스는 한반도 군사안보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이 국방비를 더 써야 하므로 종전선언을 체결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수파가 아니고 해당 법안이 표결에 부쳐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