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 "北 체제위협 지속,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 재판관 5명은 이적물 소지·취득죄 위헌 의견… "양심 형성의 자유, 보호해야"'김여정하명법' 비판받던 '접경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위헌 판단
  • ▲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 ⓒ정상윤 기자
    ▲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 ⓒ정상윤 기자
    이적행위를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제청사건 선고에서 국보법 7조 1항과 5항의 합헌을 결정했다.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와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7조 3항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에서 합헌 판단을 받은 것은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여덟 번째다.

    합헌이 나온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또 같은 법 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고 적시돼 있다.

    우선 7조 1항은 '이적행위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재판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이어 7조 5항은 구체적 행위별로 판단이 엇갈렸다. 5항 중 이적 표현물을 '제작·운반·반포한 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재판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재판관 4 대 5 의견으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다. 다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적행위·이적표현물 조항 '합헌'… "한반도 위협은 현재진행형"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7조 1항과 5항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해야 할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적표현물 조항에 관해서는 "전자매체 형태의 표현물은 소지, 취득과 전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고 전파 범위나 대상이 어디까지 이를지도 예측할 수 없다"며 "금지의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고 짚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1항과 5항 모두에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인간 존엄과 가치 보장에 필수적"이라며 해당 조항들이 이를 과하게 침해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재판관은 "이적행위 조항(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남석·정정미 재판관은 7조 5항 중 '소지·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과 관련해서만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지·취득 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식 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라며 "양심 형성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속한다"고 봤다.

    한편 나머지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 1항과 '이적단체 가입 행위'를 처벌하는 7조 3항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법률상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 ▲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8일 의약품과 대북전단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8일 의약품과 대북전단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이 밀어붙인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활동 재개할 듯

    문재인정부가 만든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이에 따라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에 대해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약 2년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은 2020년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당시 정부와 여당이였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졌다. 당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담화에서 국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수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헌재는 위헌 판단과 관련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으로, 공익을 위해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표현된 관점을 근거로 한 제한은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또 "국민의 생명·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돼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날 헌재 결정은 향후 대북전단 살포 혐의로 기소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대표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신설된 이후 대북전단을 추가로 살포했다가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7월까지 세 차례 재판이 열린 이후 1년7개월째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