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시진핑 23일 오후 항저우 시후 국빈관서 26분간 양자회담 박근혜 정부 시절 마지막 방한했던 시진핑, 한덕수에 먼저 방한 언급시진핑 "한국, 중한관계 중시·발전시키겠다는 정책과 행동 반영하길"
  • ▲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면담을 하기 위해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뉴시스
    ▲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면담을 하기 위해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에 마지막으로 방한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자신의 방한 문제를 언급했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한 총리와 시 주석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5시52분까지 26분 동안 항저우 시후(西湖) 국빈관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매우 정중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양국 간 경제산업협력,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방안 등이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시후 국빈관에서 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시 주석이 먼저 자신의 방한 문제를 언급했다"며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이긴 한다. 본인이 먼저 방한할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1차관은 "시 주석 방한이 오랫동안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이었다. 순서 상 한국에서 열릴 차례인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되면 시 주석이 방한하게 된다.

    시 주석은 한국이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개최를 환영한다"고 하자, 한 총리는 "내주 개최되는 고위급 회의를 시작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서 조속히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설명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중국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한반도와 남북 양측의 화해, 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근 러북 정상이 회담에서 군사협력을 협의한 데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한 중국 측의 입장 설명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정세와 공급망 불안정 등 다양한 도전과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상호존중, 호혜,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규칙·규범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코자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좋은 이웃으로서 앞으로도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하며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중국은 자유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수단으로서 미국이 표방한 다자주의를 배격하고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다자주의를 주장해왔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미일 협력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선린우호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한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중시한다"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존중을 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중한 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 이익 협력을 심화해야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은 다자주의와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을 수호하고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국제질서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산업 협력과 공급망의 안정적인 관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등에서 협력하는 한편, 문화·인적 교류 증진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면서 "한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대회 성공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의를 표한 뒤 "한국은 스포츠 강국으로 많은 종목에서 강점이 있다. 선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위한 한 총리의 지지 요청에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 1차관은 "한 총리의 이번 방중은 대한민국 총리로서 4년 반 만에 이뤄진 방문이며 코로나19 이후 우리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이라며 "작년부터 이어져 온 양국 최고위급의 소통이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교류로 이어져 나가는 뜻깊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최고위급의 시 주석 면담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중 최고위급 면담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 윤 대통령과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의 회담 이후 16일 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