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 재고 늘리는 것은 핵무기 소형화 때문"IAEA, 북한 일방적인 요구로 철수한 뒤 지난해까지 핵시설 현장검증 못해
  •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연합뉴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북한의 이 같은 활동이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1일 미국의소리(V0A)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달 말 총회에 앞서 제출한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보고기간 동안 냉각수 배출을 포함한 5MW(e) 실험용 원전의 가동 징후가 계속 관찰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년간 영변 5MW(e) 원자로와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기간 영변의 원심분리기 농축시설과 새 별관에서 우라늄 농축 징후가 보였다"고 부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어 "2022년 10월에는 남쪽 냉각수 배출구를 위한 새로운 수로가 굴착됐다"며 "지난해보다 더 자주, 더 오랜 기간 경수로 냉각장치 시험 징후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아울러 "보고기간 동안 인근에 건물 3개가 새로 지어졌다"며 "IAEA가 경수로의 가동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고, 현재 가용한 정보로는 원자로가 언제 가동될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IAEA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RCL) 가동 정황도 포착했다. 

    북한은 △냉각수 배출을 위한 수로 △방사화학실험실 △불분명한 목적의 건물 4개 △핵실험장 3번 갱도의 굴착 등을 신설·재가동하면서 대규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연료봉 제조공장 남동쪽 건물들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포착했고, 이들 건물은 핵연료 변환과 제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핵연료봉 제조공장 남쪽 단지에서 목적이 불분명한 4개의 건물이 건설되는 것을 관찰했으며, 강선 단지와 평산 '우라늄광산'에서도 활동 징후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굴착작업도 지난해 5월 완료된 이후 추가 활동이 관찰됐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전 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 재고를 늘리는 것은 핵무기 소형화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영변 5MW 원자로가 예전에는 약 1년 정도 연속적으로 가동됐는데 이번에는 2년 동안 가동되고 있다"면서 "이는 더 좋은 품질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영변 외에 다른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라고 언급한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옐로케이크(농축우라늄)를 육불화우라늄으로 전환하는 시설이 영변 외에 하나 더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그럼에도 북한의 시설이나 위치의 운영 상태, 구성과 설계 특징, 그곳에서 이뤄지는 활동의 성격과 목적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에도 북한에 대한 '현장검증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부터 꾸준히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한의 핵실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AEA 역시 각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IAEA 핵안전조치(세이프가드)를 이행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2009년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로 북한에서 철수한 이후부터는 현장검증을 못하고 있다. 

    한편, IAEA 제67차 정기총회는 25~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