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두 달간 감사 진행 예정…감사원, 일부 자료 수집 완료여가부·전북도·부안군 등 대상…"대회 유치부터 폐영까지"사회복지감사국 사회복지2과가 주도…여러 부서 인력 파견
  • ▲ 감사원. ⓒ정상윤 기자
    ▲ 감사원. ⓒ정상윤 기자
    감사원이 지난달 파행 위기를 겪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유치·운영 전반에 대한 현장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오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두 달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추진실태' 감사를 위한 실지감사를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잼버리대회 종료 직후인 지난달 16일 감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고 예고한 후 관계 기관에서 일부 자료를 수집해 왔다.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 조직위에 참여한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개최지 관할 지자체인 전북 부안군, 대회 부지 매립과 기반 시설 조성 등에 연관된 농림축산식품부, 새만금개발청 등도 실지감사 대상이다.

    국무조정실도 실지감사 기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실은 지난 2021년부터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점검·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을 주재하고 정부 부처들의 대회 지원 전반을 조정해 온 바 있다. 이에 감사원은  국조실이 대회 지원안 마련 등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감사원은 감사 준비에 착수하면서 "대회 유치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 대회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된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 모든 유관기관과 문제점 등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감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감사는 여성가족부 감사를 담당해 온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사회복지2과에서 주도할 예정이다. 다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이 대회에 얽힌 만큼 감사원 내부 여러 부서에서 인력이 파견될 전망이다.
  •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 ⓒ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 ⓒ연합뉴스
    지난 잼버리 대회는 행사 개최를 불과 보름 앞둔 시점까지도 준비 상태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개선 불가능한 문제를 비롯해 확인된 부실사항만 약 100가지에 달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배수 기능이었다. 당시 점검단은 "배수로 내 토사 퇴적, 식생 등으로 우수 유입이 원활하지 않다"며 "배수로 밀림·단절 등 배수면적 축소로 배수처리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외각 배수로 내 진출입로 이용을 위해 부설한 PVC 등으로 배수기능 저하 △간이펌프장 내 우수를 배수로 바깥 구역으로 배제해 영지 내 침수유발 △일부 배수로가 관로 매립 시 배수로 경사를 고려하지 않아 배수관로가 배수로 바닥보다 높음 △임시펌프시설 유입부가 협소하고 인근 사면 유실 등을 꼬집었다.

    한여름 일정에 그늘없는 잼버리 대회장은 무더위와의 전쟁이었고, 미흡한 폭염 대책안 역시 지적사항 중 하나로 거론됐다. 폭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4만 3000여명이 참가한 잼버리에서 하루 만에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무더위 쉼터로 쓰인 넝쿨터널에서 넝쿨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열악한 화장실·샤워실 등 위생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창문 하나 없는 1인용 화장실에는 벽면에 두루마리 휴지 두 개와 변기 뒤쪽으로 방향제 하나만 덩그러니 구비돼있었다. 한 칠레 대원은 "감옥에 있는 변기 같다"고 평가했고,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연맹 측은 지저분한 화장실을 두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샤워실이 너무 더러워서 씻을 수도 없다"는 민원 역시 빗발쳤다.

    의식주 역시 문제였다. 알레르기가 있는 대원들이 사전에 미리 음식을 요청했는데 준비가 안 돼서 아예 굶는 대원들도 즐비했다. 대원들 사이엔서 '젓가락을 제공 안 해줘서 반찬을 먹기가 힘들었다', '밤에는 너무 덥고 모기와 벌레가 많아 몸은 아주 피곤한데도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솔직히 기본적인 의식주가 너무나 열악해 아주 힘들었다' 등이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여가부와 전북도 등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90여건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새만금이 잼버리 후보지로 결정된 2015년 9월 이후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5곳이다. 전북도청이 55회, 부안군청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여성가족부 5회, 농림축산식품부 2회로 총 99회다.

    해외 시찰 지역 중에는 잼버리와 연관성이 없거나 관광 목적으로 보이는 곳도 다수 발견됐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8일 출장을 갔다. 출장에는 인터라켄, 루체른, 밀라노, 베네치아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됐는데, 이들 국가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이 외에도 부안군 소속 공무원들은 크루즈 여행을 가기도 했다. 부안군은 잼버리 개최가 확정되자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명목으로 2차례 출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