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70주년 맞아 평화의 소중함과 국가안보 중요성 알리려 신설
  • ▲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 내부. 북한의 도발사건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바름 기자
    ▲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 내부. 북한의 도발사건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바름 기자
    '충남 풍세면 무장간첩사건(1954.08.24), KNA(창랑호) 납북(1958.02.16), 제주도 서귀포 침투(1968.08.20)…'

    암실(暗室)처럼 보이는 입구를 통과하자, 왼쪽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손바닥만 한 알림판이 눈에 들어왔다. 5~20자 사이의 한글과 영어, 그리고 숫자들이 어떤 사건과 연도를 나타내는 듯 했다. 

    1954년 8월24일부터 2022년 12월26일까지 알림판은 총 87개였다. 울진·삼척 침투(1968.10.30)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2008.07.11), 한국수력원자력 해킹(2014.12.09) 등 북한이 저지른 만행 또는 범죄들이 빠짐없이 기록돼 있었다.

    알림판을 지나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 양상에 대한 상세설명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1960년대 북한은 '남조선혁명론'에 근거해 공세적인 대남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겉으로는 '남북연방제' 통일방안을 제안하며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남한 내 지하당 건설을 시도하고 다수의 대남도발을 감행하는 등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1970~1980년대는 '7·4 남북공동성명' 합의에 긴장이 잠시 완화됐으나, 허상이었음을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되면서 위장평화전술이 만천하에 명백히 드러났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08.18), KAL기 폭파사건(1987.11.29)도 이때 발생했다.

    1990~2000년대 북한은 주민들의 극심한 굶주림과 고통을 외면한 채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한반도에 심각한 안보위기를 조성했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천안함 피격(2010.03.26)과 연평도 포격(2010.11.23) 등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지속되고 있다.
  • ▲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 내부 모습.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실물 공개된 무인기가 보인다. ⓒ전쟁기념사업회
    ▲ 전쟁기념관 '북한의 군사도발실' 내부 모습.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실물 공개된 무인기가 보인다. ⓒ전쟁기념사업회
    발걸음을 좀 더 안쪽으로 옮기면, 벽면 가득히 우리나라를 향한 북한의 침투 및 국지도발에 대한 통계 그래프가 보인다.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북한의 대남 침투도발 건수는 2002건으로 집계됐다. 지상·해상·공중 등이 포함된 국지도발 건수는 1119건으로 나타났다. 6·25전쟁 이후에도 끊임없이 북한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의 무력 도발은 심해지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정권별 미사일 발사 일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일성 정권에서 북한은 12발의 미사일을 쐈다. 김정일 정권에서는 단 7발뿐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2022년까지 9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어느 정권보다 김정은이 한반도에 큰 위협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전시된 공간을 돌아보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만큼이나 많은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찬 공간임이 분명했다.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는 전쟁기념관 3층 상설전시 '북한의 군사도발실'을 지난 5일 공개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실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평화의 소중함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신설됐다.

    무전기(1968년, 1·21 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1인용 호송보트(1983년, 독도 근해 침투), 북한 포탄 잔해(2010년, 연평도 포격전) 등 북한의 도발 관련 유물 37점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2014년 3월 파주에 추락한 북한의 무인기 실물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백승주 회장은 "북한 군사도발실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국군의 정신전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