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대회' 전북도 발주계약 256건 중 개막식 이후 준공이 15건에 달해'상·하수도' '임시하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공사 2021년 12월 돼서야 입찰맨홀 펌프장 주변 전기시설 설치 공사도 입찰 늦어져… 파행 원인 지적
  • ▲ 태풍 '카눈'이 지나간 지난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연합뉴스
    ▲ 태풍 '카눈'이 지나간 지난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앞두고 전라북도가 발주한 공사·용역계약 256건 중 개막식 이후로 완료 시점을 잡은 건수가 15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북도가 계약 단계부터 느슨한 일정의 사업자 선정으로 문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의원실로부터 전달받은 '잼버리 관련 전라북도 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6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공사 15건, 용역 47건, 물품 194건 등 총 256건의 계약을 했다. 

    이 중에서 개막식 이후로 준공일이 설정된 공사는 15건으로 집계됐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집회장 조성 전기공사(4020만원, 준공일 8월10일) △잼버리 기반 전기공사(3억7986만원, 준공일 8월5일) 등 기반시설 설치 공사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의 기본조차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2차분) 품의 등록(67억4624만원)'의 경우 준공이 올해 12월17일로 설정됐다.

    행사 개최 이후 기반시설이 들어서게 된 까닭은 전북도의 뒤늦은 입찰 작업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는 상수도 26㎞, 하수도 31㎞, 임시하수처리시설 3개소, 주차장 3개소, 그늘시설 3.7㎞ 등을 설치하는 필수적인 기본사업이다.

    하지만 전북도는 대회를 1년8개월 앞둔 시점인 2021년 12월이 돼서야 입찰공고를 냈다. 2017년 8월 개최가 확정된 지 4년4개월 만이다. 뒤늦은 입찰로 기반공사가 늦어지면서 각국 대원들은 대회 기간 물 부족을 겪고, 비가 오면 배수가 잘 안 되는 어려움에 시달렸다.

    더욱이 해당 공사는 전북 소재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경쟁'으로 계약을 따낸 전북 부안군 소재 건설사 L사(20명 미만)가 진행했다. L사는 토목공사 도급순위가 전국 964위(올해 7월 국토교통부 평가기준)였다.

    야영에 필수인 전기시설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제한경쟁'으로 계약을 따낸 전북 장수군 소재 건축사 D사(10명 미만)는 맨홀 펌프장 주변의 전기시설을 맡았다.

    이 역시 대회 기간인 8월5일이 준공 목표일이었다. 7월 말 이어진 폭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전기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잼버리 메인센터) 역시 입찰공고 때부터 준공 시점이 개막 이후로 설정된 사례다. 센터 신축공사 입찰공고문은 대회를 1년4개월 앞둔 지난해 4월에야 공고됐는데, 공사 기간이 '착공일로부터 660일'로 적시됐다.

    지난해 6월 착공된 해당 공사의 완공 목표가 660일 뒤인 2024년 3월27일인 것이다. 센터는 결국 미완성인 채로 잼버리 개막을 8일 앞두고 '준공 전 사용 허가'만 받아 대회기간 병원과 운용본부로 운영됐다.

    공사와 더불어 △잼버리 기반시설 CCTV 조사 및 수밀수압시험 용역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 폐기물 처리 용역 품의등록 등 일부 용역부분에서도 준공 날짜가 잼버리 이후로 설정된 것이 확인됐다.

    전북도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각종 준비사업이 늦어진 부분과 관련해 "물론 잼버리 대회 시작 전에 모든 공사가 끝나는 것이 맞다"면서도 "대회를 운영하다 보면 공사한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해서 공사 기간을 좀 더 길게 설정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기반시설의 경우 간혹 공사에 철거 부분도 포함돼 있기도 해서 대회 이후까지도 공사가 진행되기도 한다"며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사가 다 완료된 상태로, 서류상 준공 날짜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행사가 끝나고 유지·관리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가 끝났다. 이제 검증과 평가의 시간이 왔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모두 책임이 있겠지만, 그 경중은 반드시 가려야 한다. 모두 잘못했다는 식으로 책임 소재를 물타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권 의원은 "새만금 개발을 위해 잼버리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갯벌에 야영장을 마련하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온열환자, 배수로, 화장실 등 야영에 부적합한 모든 문제가 여기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전라북도는 잼버리의 성공보다 개최를 명분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열을 올렸다"며 "평창동계올림픽 규모의 비대한 조직위를 꾸려 세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의원은 "(전북도는 또 잼버리를) 준비한답시고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며 "국민 혈세는 함량 미달의 지역 업체에 흘러갔다. 새만금 잼버리가 '세만금(稅萬金) 돈벌이'로 변질된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