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입찰 단계서 후원금 평가점수에 반영… 현금후원 유도 논란일부 후원금은 영수증 발행 안 해… 회계처리 문제 지적 나오기도조직위 측 "후원사 선정 방식, 문제 없어… 후원금은 세금계산서 발행했다"전문가들 "후원금, 입찰에 반영하면 공정성에 문제… 특혜 의심 생길 수도"
  • ▲ 1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1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가 행사 관련 공식 후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127억원이 넘는 거액의 후원금을 걷어 갑질과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후원금과 관련해서는 영수증 발행도 하지 않아 불투명한 회계 처리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잼버리 행사와 관련해 텐트·매트 사업 후원사로 총사업비(36억5000만원)의 18%에 해당하는 6억7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낸 비에프엘이 선정됐다.

    조직위는 비에프엘에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는데, 비에프엘이 낸 현금 후원금 3억원은 조직위가 받은 전체 현금 후원액(14억원)의 21.4%에 해당한다.

    통상 후원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비에프엘이 조직위에 후원금을 낸 이유는 따로 있다. 조직위가 입찰 참가 자격에 후원금 납부를 의무사항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별지급물품 참가자 텐트 및 매트(캠핑용) 제작부문 공식 후원사 모집 제안요청서' 자료를 보면 총점 100점 만점 중 후원 평가점수가 20점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신용도와 제품 우수성 등 기본적인 평가가 기업들 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후원금액이 사실상 낙찰 기업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조직위는 텐트 후원사 모집 시 총 후원금액을 최소 3억65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그 미만의 경우 자동 탈락시켰다. 특히 현금후원을 유도하고자 현물·용역후원은 현금으로 환산한 금액의 70%만 인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식자재·음료 등 잼버리를 공식 후원한 다른 업체 22곳도 후원금을 내고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가 이들 업체로부터 받은 후원금액은 총 127억91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현금은 14억원이고, 나머지는 현물과 용역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공식 후원사 선정과 관련 "해당 선정 방식은 후원 평가와 기술 평가 결과를 합산해 선정하는 것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이나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국제 행사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돼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식 후원사 후원금에 대해선 기부금 영수증이 아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원금을 점수로 매기는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의견과 함께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교원 한국구매전문가협회 부회장은 "후원금을 입찰에 반영하면 투명성과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비전문가가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달청 등에 조언을 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입찰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김경율 회계사는 "기부금은 특성상 대가 관계가 없기에 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이며, 세금계산서는 대가 관계에 기초하는 것"이라며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면 전북도가 발행한 것인데 무슨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은 기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오히려 후원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국세청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