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복회관 앞 우파 단체 공동기자회견… 이종찬 회장 왜곡된 역사관 규탄"대한민국이 신라·고려·조선과 같은 나라인가… 이종찬, 아무 말 대잔치""대한민국의 국제적 정당성은 임시정부 계승이 아니라, 정당한 국민투표"이종찬, 선공개 인사말과 달리 실제 행사에선 이승만기념관 언급하지 않아
  • ▲ 우남네트워크·이승만학당·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민국역사지킴이 리박스쿨·파로호포럼·바로보눈현대사운동본부·우남정치학교 등 단체들이 3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서 '광복회장 이종찬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바름 기자
    ▲ 우남네트워크·이승만학당·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민국역사지킴이 리박스쿨·파로호포럼·바로보눈현대사운동본부·우남정치학교 등 단체들이 3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서 '광복회장 이종찬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바름 기자
    우파 단체들이 3일 광복회관 앞에서 '괴물기념관' 망언 등으로 역사 인식 관련 논란에 휩싸인 이종찬 광복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우남네트워크·이승만학당·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민국역사지킴이리박스쿨·파로호포럼·바로보는현대사운동본부·우남정치학교 등 우파 단체들은 이날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서 '광복회장 이종찬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50여 명의 단체 회원이 '역사 왜곡 광복회장 사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이 회장의 '괴물기념관' 등 망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이 회장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원년 1919년'과 관련해서도 역사적, 국제적 관점을 들어 일목요연하게 반박했다.

    이승만학당은 성명을 통해 "보수 우파 정부가 임명한 광복회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다고 하면서 해괴한 역사관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앞장서서 훼손하는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그(이종찬)는 단군 이래 대한이라는 나라는 계속 있었다고 했다. 좌익의 1919년 대한민국 건국론도 부정하는 그는 1948년 이승만 건국론도 당연히 부정한다. 한마디로 정체불명의 해괴한 역사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승만학당은 이어 "나라가 단군 이래 계속 있었던 것이라면 신라·고려·조선이 같은 나라라는 말인가"라며 "1910년에 나라가 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은 무엇인가. 이종찬의 발언은 언어 파괴, 속된 말로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통 초등학생 정도의 분별력도 없는 이가 광복회장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이런 망언 사태가 일어난다. 우리는 김원웅 한 명을 겪은 것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고 전제한 이승만학당은 "이종찬 광복회장은 망언을 사과하고 회장직을 즉각 사퇴하고, 광복회는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폄훼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정부는 광복회의 반(反)대한민국 책동을 단호히 응징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역사지킴이리박스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광복회 이종찬 회장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이 대한민국의 원년이라고 주장했다"고 직격했다.

    리박스쿨은 성명에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대한민국은 연속성을 갖고 있다. 임시정부 임시 대통령이 이승만이었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바로 그 이승만"이라며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박스쿨은 "그러나 임시정부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가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 있는 임시정부가 과연 한국인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리박스쿨은 "미국과 국제사회는 대서양헌장의 정신에 따라 정부는 그 지역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주민의 정당한 동의를 거치지 않은 공산주의자들의 인민위원회나 임시정부 모두 인정할 수 없고,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표를 통해서 새로운 정부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 ▲ 3일 오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 3일 오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리박스쿨은 "이것은 1947년 11월14일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해 확정됐다. 이 결의에 의해 선거가 실시되고, 대표가 선출되고, 헌법이 제정돼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리박스쿨은 "1919년은 대한민국의 기원은 될 수 있지만 탄생은 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일본의 신민이었고, 우리 국토는 일본의 식민지였고, 우리 주권은 일본 천황이 갖고 있었다"며 "해방과 더불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탄생했고, 우리는 영토와 국민·주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박스쿨은 그러면서 "1948년 12월12일 유엔은 이 정부를 한반도에 있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로 인정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정당성은 임시정부의 계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국민투표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8월15일 광복절을 일제에서의 해방이라는 의미와 함께 대한민국의 탄생도 기념하는 날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민국교원조합은 "최근 광복회장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두고 '이승만을 신격화하는 괴물기념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발언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교원조합은 이어 "광복회장의 발언은 1948년 대한민국의 탄생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해방 후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와 그 속에서 이룩한 나라다. 특히 반만년 우리의 역사 최초로 국민총선거를 통한 국민의 동의를 거쳐 세워진 국가"라고 강조했다.

    교원조합은 "그렇기에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초대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신격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이라며 "학생들의 옳은 역사 인식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광복절에 대한민국의 탄생도 함께 축하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남네트워크도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해 건국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된 나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라며 "그것은 대한민국이 1948년 자유세계와의 연대 가운데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출발을 축하해야 한다. 단지 일본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라, 위대한 대한민국이 탄생한 날로 만들어 국민적 축제가 되도록 윤석열 정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우파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앞서 광복회는 오전 11시 광복회관 앞에서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소병철 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주경·최승재 의원이 행사장을 찾았다. 백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김을동 전 의원과 이종걸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장도 참석했다.

    지난 1일 사전 공개된 인사말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이날 이승만기념관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전 인사말에서 이 회장은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우리 광복회는 반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본행사에서 이 회장은 이승만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 ▲ 3일 광복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행사에 참석한 한 회원이 '이승만 신격화 NO!'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바름 기자
    ▲ 3일 광복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행사에 참석한 한 회원이 '이승만 신격화 NO!'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이바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