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남은 수명 비례투표' 논란 여진… 노인회 "경악"민주당 노인위원장도 "이재명이 직접 대국민 사과하라" 분노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종현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종현 기자
    대한노인회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부 기구인 전국노인위원회 위원장도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은 "사과 같지 않다"며 이 대표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인회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 무시한 발언에 분노"

    대한노인회는 2일 김호일 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노인 폄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30일 '2030세대 청년 좌담회'에서 현행 1인 1표 투표의 가치를 남은 수명에 따라 차별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아들) 나이로부터 여명(餘命·남은 수명)까지' (대비)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명 비례투표'는 남은 기대수명에 따라 표를 행사하자는 주장이다. 기대수명을 80세라고 가정했을 때 20세 유권자는 여명이 60년 남았고, 60세 유권자는 여명이 20년 남았으므로 20세 유권자가 60세 유권자의 세 배에 해당하는 표를 행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둔했다가 사과했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는 "1950~60년대 전쟁 폐허의 잿더미인 나라를 위해 가난을 이겨내며 서독에 광부로 간호사로, 중동 땅에서 수로 공사에 참여하며 심지어는 목숨마저 걸고 월남전에 참전해 달러를 벌어 들여 '한강의 기적'을 낳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기초를 닦아 준 노인세대에게 은공은커녕 학대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노인회는 이어 "이런 망발에 대해 양이원영 의원은 '맞는 이야기'라고 동조했다"며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자와 현역 국회의원이 당을 망치는 발언을 하고 있음에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성 정당이 아닌가 하여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대한노인회는 그러면서 "김은경 위원장과 동조발언을 한 양이원영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를 찾아와 발언의 진위를 해명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재발 방지 약속을 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서도 "당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망조 들게 해"

    민주당 내부에서마저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이적행위'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최락도 민주당 전국노인위원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발언은) 이적행위다. 혁신위가 당을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망조 들게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정치를 안 해본 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촉발된 후 김 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도 최 위원장은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한 것이다. 그분이 직접 대한노인회를 찾아가든지 해야 한다"며 "하도 여론이 나쁘니까 형식적으로만 말한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별도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사과로 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을 대표해 한 말이기 때문에, 이 사안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면서도 "이 대표 사과 성명만으로 국민의 분노가 안 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노인회의 '방문 사과' 요구에도 김 위원장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한병도·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김호일 노인회장은 발언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원내 책임자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충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전 중에라도 (노인회를)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사자인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는 제가 답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