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서 동상 제막식 개최… 500여 명 참석김박 명예회장 "세 분은 내 생명의 은인… 8년 만에 이승만·트루먼 동상 세워져"조갑제 대표 "두 동상, 영혼 깃들어… 위대한 이야기 전해줄 생명체적 존재"尹, 축전 통해 "두 대통령에게 경의… 이승만은 나라 비전 마련한 선각자"
  • ▲ 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이 개최됐다. 내빈들이 두 대통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이 개최됐다. 내빈들이 두 대통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제 생명의 은인들입니다. 죽기 전에 은혜를 갚는 것은 세 분의 동상을 건립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년 만이네요."

    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만난 김박 앨트웰민초장학재단 명예회장은 뉴데일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동상을 둘러보며 감격에 겨운 듯 소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을 구상하고, 자비를 들여 제작을 의뢰한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칠곡을 찾았다.

    인터뷰를 사양하던 김 회장은 조심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며 동상 건립과 관련한 비화(祕話)를 꺼냈다. 1950년 발발한 6·25전쟁 당시 가족들과 서울에 살고 있었던 김 회장은 미국의 구호물자와 식량 등 원조가 삶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생명의 은인인 이승만·트루먼·박정희… 감사의 마음 담아 동상 제작"

    위기의 대한민국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승만 대통령과,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였던 미국의 6·25전쟁 참전을 결정한 트루먼 대통령. 김 회장은 "그분들(이승만·트루먼)이 없었다면 자신 또한 없었고, 대한민국은 북한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그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부국할 수 없었다. 당시 사업을 했던 나에게 박 전 대통령은 너무도 고마우신 분"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대통령을 평생 기억하며 사의(謝意)를 전하기 위해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는, 김 회장의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고 확실한 이유였다. 

    김 회장은 "두 대통령의 동상은 오늘 빛을 보게 됐지만,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아직 세워지지 못했다"며 "노력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6·25전쟁에서 자유세계를 지켜낸 두 영웅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내빈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두 동상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최고 전적지인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 세워져 그 의미를 더했다.
  • ▲ 조갑제 이승만·트루먼·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가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동상건립 경과보고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조갑제 이승만·트루먼·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가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동상건립 경과보고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승만트루먼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동건추)을 비롯해 이승만 전 대통령 양자인 이인수 박사,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정경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등 각계 인사들과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제막식을 빛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조갑제 동건추 대표는 동상 건립 및 취지 보고에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정통 세력이 여기에 다 모였다는 느낌이 든다"며 "3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의 총성이 멎고, 새로운 형태의 체제전쟁이 시작된 날로부터 70년이 흐른 오늘이다. 이곳 다부동 한국전의 결전장에서 위대한 만남, 한국과 미국의 두 최고사령관, 이승만·트루먼 동상 개막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다부동에서의 위대한 만남… 韓美 두 최고사령관 이승만과 트루먼"

    조 대표는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 두 분의 동상 건립도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고마움을 아는 이들이 손을 잡고 독립운동 하듯,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쟁취한 것이기에 오늘의 감회는 더욱 남다른 바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조 대표는 "두 분의 동상은 그냥 서 있는 쇳덩어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영혼이 깃든 세대를 넘어서 위대한 이야기를 전해줄 생명체적 존재"라며 "가장 비열한 남침에 직면한 한국과 미국의 두 지도자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만인 앞에서 세계시민정신이라는 가장 고귀한 선을 행함으로써 악에 이기는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역사상 어떤 강대국도 아무런 영토적 이해관계가 없는, 지구 반 바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보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부자 동네라는 뜻의 다부(多富)동이라는 한자 말 그대로 대한민국 전체가 다부동, 즉 부자 동네가 됐다. 여기서 흘린 피 덕분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과 평화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강조한 조 대표는 "그래서 우리의 다짐을 동상에 새겼다. 혈맹의 약속, 이제는 자유통일이다. 자유통일로 북한 노동당 정권을 끝장내 북한 동포를 해방하고,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한국전쟁의 최종적 종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7일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개최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하고 있다. 우측으로 윤 대통령의 화환이 보인다. ⓒ정상윤 기자
    ▲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7일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개최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하고 있다. 우측으로 윤 대통령의 화환이 보인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축전…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선각자, 영웅들 희생 잊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한 축전을 통해 "정전협정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 오늘 우리는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를 지켜낸 역사적 현장인 다부동 전적지에 함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승만·트루먼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영웅이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야말로 역사의 원동력이라 확신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해 이 나라가 나아갈 비전과 전략을 마련한 선각자였고,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의 세계사적 전쟁을 이끈 군 통수권자"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두 동상에 새겨진 바와 같이 자유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며 "두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피로써 자유를 지킨 영웅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오늘의 대한민국 만든 영웅들… 공로 인정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념사에서 두 대통령을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영웅들"이라고 추켜세우며  "동상이 2017년에 완성됐음에도 세울 데가 없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이어 두 대통령에 대한 공로보다 과오가 지나치게 강조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보면 선진국일수록 영웅들의 동상이 우후죽순 많이 있다. 그분들이 다 공만 있고 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라고 전제한 이 지사는 "세계 곳곳에 세워진 동상의 주인공들도 따져보면 모두 흠을 가지고 있다. 공이 크다면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경상북도는 우리나라 시·도 중에서 땅이 가장 넓다. 이런 분들을 모실 장소가 많이 있으니 혹시 가실 곳 없는 위인분들 추천해 주시면 잘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환영사에서 "두 대통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지킨다는 고귀한 신념을 함께했다"며 "백선엽 장군과 함께 우뚝 선 두 대통령의 동상은 다부동을 한국전 승리의 세계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국제적 명소이자 호국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신범철 국방차관 "한미동맹은 이승만 최고 업적… 자유는 공짜 아냐"

    이날 행사에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신 차관은 "어제 하와이에서 6·25 전사자 일곱분을 모셨다"며 "두 대통령의 업적은 2차 세계대전의 중심인 하와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이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개최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인 이인수 박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이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개최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인 이인수 박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정상윤 기자
    신 차관은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특히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인데, 이 한미동맹을 체결한 것이 이 전 대통령 최고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이어 "미국은 동맹을 아무 나라와 맺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외교적인 노력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뤄질 수 있었고, 올해가 그 70주년"이라고 설명했다.

    "'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고 한다"고 소개한 신 차관은 "여러분들의 노력이 모여져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고, 앞으로 대한민국은 더 번영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국방부 차관으로서 그 길을 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동상은 동건추가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김영원 조각가에 의뢰해 만들어졌다.

    2016년 발족한 동건추, 당국 비협조에도 끈질긴 노력

    동건추는 김박 엘트웰민초장학회 명예회장의 발의로 2016년 5월2일 발족했다. 김박 회장을 비롯해 박근 전 유엔대사,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영원 전 홍익대 미대 학장,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송대성 전 서울연구소장,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이계성 전 양천고 교장, 이동복 전 국회의원,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총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려 했으나 당국의 비협조로 무산되기도 했다.

    같은 해 함께 완성된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도 서울 전쟁기념관에 세우려 했으나 마찬가지의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동건추는 2017년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접촉해 두 대통령 동상을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세우기로 합의했고, 주민 설득과 행정적 절차를 진행해 오늘 제막식에 이르렀다.

    높이 4.2m 규모의 동상 뒤에는 각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구가 적혔다.

    이 전 대통령 명문(明文)에는 '우리는 남자·여자·아이들까지 나와서 필요하다면 몽둥이와 돌멩이를 들고서라도 싸울 것입니다'라고 적혔다.

    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에는 '딘,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개자식들을 막아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1950년 6월25일 6·25전쟁 발발 관련 보고를 받은 트루먼 대통령은 이같이 외치며 약 180만 명의 미군을 파병했다.

    제막식 이후 조갑제 동건추 대표는 "오늘 두 동상이 한국전 결전장에 세워짐으로써 우리 현대사도 바로 세워지는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다부동이 다음 세대와 영원히 대화를 나누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동상 앞에 몰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대통령동상제막식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동상 앞에 몰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