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괴물고기' '기형아' 괴담 퍼뜨려라" 간첩단에 지령SNS·방송뉴스 통해 확산… 민주당도 공개 석상서 언급"오염수 위험" 전문가, "안전" 전문가보다 방송 출연 ↑MBC "오염수 방류 '코앞'" 보도하며 기형아 우려 전달
  • ▲ 지난 19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국회 본관에서 공정언론국민연대, 바른언론시민행동과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 지난 19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국회 본관에서 공정언론국민연대, 바른언론시민행동과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북한이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과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괴물고기' '기형아' 같은 괴담을 유포해 반일 민심을 부추기라는 지령을 내린 후 실제로 국내 인터넷 등에 북한이 지시한 '괴담 확산 용어'가 나돌고, 환경운동가들이 방송에 출연해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른바 '후쿠시마 괴담' 확산에 북한이 기여한 부분이 없는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가 공정언론국민연대·바른언론시민행동과 공동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에서 이제원 KBS공영노동조합(3노조) 위원장은 "지난 5월 국정원의 발표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발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민주노총 간부들을 포섭해 이들에게 후쿠시마 괴담을 확산시키라고 반복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북한이 지시한 괴담 확산 용어와 수법이 실제 좌파 단체에 의해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다"며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통·민주노총 간첩단 공소장과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양측의 '상관관계'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5월 3일 간첩단에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걸고 반일 민심을 부추겨 이남당국(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어라"는 지령을 내렸고, 2019년 7월에는 "이사회(자통)의 여론 유포팀들은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괴물고기 출현' '기형아 출생'과 같은 괴담을 인터넷에 대량 유포해 사회적 반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오염수 피해를 받는 어민들을 내세워 집단 단식, 삭발 농성, 어선을 동원한 대규모 해상 시위를 격렬하게 전개하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합세하게 해 국제적 여론을 집중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라"는 지령을 간첩단에게 내렸다.

    이 위원장은 "이후 조직원들은 지령 이행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반일 투쟁을 반미정권 투쟁·총파업·생존권 투쟁과 적극적으로 결합시켜 이를 계기로 친일·적폐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그 보수 세력들에 대한 타격을 잘 결합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며 "놀랍게도 북한의 지령처럼 '괴물고기' '기형아' 등의 괴담이 국내에 퍼졌고, 국회의원이 합세한 어민들의 시위도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민주노총이 산하에 각 방송사 직원들을 대표하는 교섭대표노조를 거느린 사실을 거론한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반일 감정을 조장하라는 북한의 '지령'과, 언론을 통한 '괴담 확산'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주장했다.

    MBC "기형아도 생긴다는데"… 부산 시민 우려 보도

    본지 확인 결과 올해 '후쿠시마 이슈'가 불거진 뒤  '괴물고기' '기형아' 등의 괴담은 SNS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는데, 지상파 방송에서는 MBC가 유일하게 이 사안을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MBC는 지난 4월 13일 오후 8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불안 고조>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제 해산물을 일절 안 먹게 되죠. 바다 생선은 안 먹을 것 같아요. 분명히 영향은 있죠. 그거 먹고 기형아도 생긴다는데 안전하다고 절대 안 믿죠"라고 우려하는 부산 동래구 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같은 제목과 본문을 유지한 채 지난 4월 17일 오전 6시와 오후 3시, MBC 뉴스를 통해 재송고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다양한 괴담을 쏟아낸 바 있다.

    제주가 지역구인 위성곤 의원은 "저희 제주에 어민들, 해녀 삼춘들이 걱정이 많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떻게 바다에 들어가서 물질을 하냐, 우리 다 오염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신다"고 말했고, 이수진 비례의원은 "가족들이 어느 순간 앓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한다. 암에 걸린다. 기형아가 태어난다. 상상하지 못할 질병으로, 그리고 계속 유전되는 질환으로 온 가족이 파탄난다. 건강보험 국가재정도 파탄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왜 일본이 잘못하는데 우리 재정이, 국민들의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그런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되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후쿠시마 기형물고기 사진을 활용하라"는 어느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푸XXXX81'이라는 네티즌은 '현수막 슬로건 제안 게시판'에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최대한 물고 넘어져라. 세상이 이꼴인데 국민의 30프로는 대통령이 잘했다고 한다. 그걸로는 안 통한다. 당장 내가 먹는 것과 관련되고 우리 가족과 연관된다면 사람들은 다를 것이다. 말이 아닌 눈으로 보일 것. 또한 사실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5월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올라왔는데,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공영방송이 괴담 확산에 주도적 역할"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이 '괴담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편향적인 출연자 선정'과 '편향적인 이슈 선정'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홍렬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공정방송감시단장은 "출연자의 편향성은 상식 밖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 5월 한 달 동안 KBS·MBC·YTN 3사 방송에 '오염 처리수가 위험하다'고 주장한 전문가 패널이 총 22회 출연한 반면, '오염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전문가 패널은 2회 출연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어 "6월과 7월에도 각각 8회와 2회로 여전히 '오염 처리수가 위험하다'는 전문가가 더 많이 출연했다"고 지적한 이 단장은 "현재 공정방송의 기능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라고 개탄했다.

    이 단장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관련 보도 시, 객관적인 검증 대신 시민단체나 일반 시민 등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괴담 선동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에는 광우병 괴담 때와는 달리 과학자들이 참전한 데다,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학습 효과' 덕분에 면역력을 키워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백 공언련 이사장은 "괴담이 확산하는 이유는 이 괴담을 사이비 언론이 전파하기 때문"이라며 "KBS나 MBC같은 공영방송이 언론 역할을 포기한 채 어느 한 편을 들어 편파·왜곡에 앞장서고, 괴담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사회적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환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은 '편향적 이슈 선정'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오 위원장은 "MBC는 지난 5월 다른 중요 국가 현안을 제쳐 두고, '오염 처리수' 관련 리포트를 무려 36개나 보도했다"며 "매일 1회 이상 오염 처리수 리포트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위원장은 "6월에는 21개로 다소 줄어들었다가, 7월에는 13일 동안 무려 41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며 "모두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편파적인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자통에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이용해 반일 민심을 부추겨 일본 정부를 자극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일본 정부와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 데 중심을 두고 반일 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지시하며 "이를 위해 환경 운동가들과 해양 전문가들을 방송 토론회에 출연시켜 일본 오염수 방류가 한반도에 미칠 파국적 재앙을 논증하게 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염 처리수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전문가들의 방송 출연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는 게 이날 토론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 ▲ 지난 5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현수막 슬로건 제안 게시판'에 올라왔던 게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뉴데일리
    ▲ 지난 5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 '현수막 슬로건 제안 게시판'에 올라왔던 게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