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수해 현장, 오늘은 중대본… 국민의힘 '당대표 공백 메우기' 안간힘

국민의힘 지도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수해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청권 수해 현장 점검에 나선 다음날 재난 컨트롤타워를 찾은 것. 5박7일간의 방미로 국내 현안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발 빠르게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히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이번 참사를 계기로 수자원 관리를 환경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호우 상황 속에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 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서울정부청사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상황센터를 찾았다. 17일 충남 공주시·청양군과 충북 청주시 등을 방문해 직접 수해현장을 살핀 데 이어 강행군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은 위기 상황에서 당연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장 신뢰하고 대책본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위험에 대비한 행동을 하게 마련"이라며 "'여러분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의 책임자'라는 사명감으로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더 애써 달라"고 격려했다.

김 대표는 이어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경북 예천 산사태와 같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일은 다시는 없도록 더 꼼꼼하게 챙겨 달라"며 "많은 곳에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도 제방의 안전을 포함해 커다란 물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사전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재해대책위원장인 정희용 의원은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신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난 대응 기준 상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과 더불어 복구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집중호우가 잦아드는 대로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현장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 차례 지도부가 방문했던 충남 공주시 침수 현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던 경북 예천 산사태 현장 등이 유력하게 꼽힌다. 

국민의힘은 2020년에는 전북 남원을, 지난해에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아 수해 현장 복구 봉사활동을 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 "여당 대표로서 자연재난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의 모든 힘을 총동원해 복구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예비비 등을 활용해 재해 복구와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내년 예산에 우선적으로 충분히 반영되도록 챙기겠다"며 "우리 당 당원협의회서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단체와 협력해 자율순찰 및 재해 예방을 위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김 대표는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7일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대표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의 경우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조사 및 수사가 필요하다"며 "책임자에 대해서는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가들 역시 기존 방지대책으로는 더이상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는 만큼 기존 대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김 대표는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집중호우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자칫 총선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논란 차단에 주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현재 국민이 어려움에 있으니 의원들이 언행을 신중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전국에서 폭우 피해가 속출한 지난 15일 오전 대구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본 후 홍 시장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당무감사위원회 감사나 윤리위원회 제소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중호우 당시 대구에는 큰 피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경고성 조사 지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호우 경보가 발효되면 부단체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이 없다"며 "비상 2단계 발령 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상관 없다"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홍 시장은 이어 "골프를 이용해 국민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정서법에 기대어 정치를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