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5일 우크라이나 방문, 최고등급 보안단계 적용 극비리 진행대통령실, 尹 우크라 출발 수시간 전 엠바고 전제로 언론에 알려"국제전화 유선전화 위험, 국제문자도 위험"…통신 자제 요청尹, 14시간 걸려 우크라 도착…11시간 머물고 13시간 걸려 귀환
  • ▲ 1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다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 1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다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방문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국가 원수의 목숨이 달린 만큼, 최고수준의 보안 등급이 적용된 가운데 극비리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최초로 접한 것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 자리잡은 프레스센터 내 중앙기자실이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등이 이날 오후 2시20분쯤 백브리핑을 공지한 뒤 프레스센터 내 기자실을 찾았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녹음은 물론, 노트북으로 받아 치는 것도 안된다"며 특정 메신저 사용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최초로 출입기자들에게 알렸다. 당초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은 수시간 뒤 동유럽 순방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공군1호기에 탑승해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발표하기 전 대통령실 측은 "여기 대한민국 기자 아닌 사람이 있냐"며 중앙기자실 내에 외부인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출입문을 완전히 닫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 나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장한 표정으로 "지금 방문 일정이 사실은 마지막 날이 되는 건데, 마지막 날이 아니고 저희가 또 한 가지 방문일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공유하기 위해서 제가 이 자리에 섰다"며 "얼마 전에 저희에 대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 국에 방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가는 나라가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비상시의 계획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고, 어려우시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이번 일은 아주 특별하게 지금부터 저희가 엠바고(보도유예)를 풀 때까지 철저히 엠바고를 지켜주시고, 절대로 사내에서도 보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러시아군의 민간 학살 등 전쟁범죄가 자행된 부차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공식 트위터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러시아군의 민간 학살 등 전쟁범죄가 자행된 부차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공식 트위터
    대통령실 관계자가 언급한 '인근 국가'는 우크라이나를 말한다. 

    그는 출입기자들에게 "앞으로 2박을 더 하셔야 될 것 같다. 최소한의 빈도로 통신을 해주시고, 국제전화 유선전화는 반드시 위험하고 국제문자도 위험하다"며 "그래서 꼭 필요한 거는 한두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도록 지정해서 우회적인 언어로 통신을 해주시면 좋겠다. (대통령께서) 돌아오게 되면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새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자정부터 새벽 2시 정도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간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통신 횟수를 자제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 "교통편은 복잡하게 힘들게 가는데 경호상 어떻게 어떤 루트로 무엇을 타고 가는지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는데 오늘 밤 새벽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게 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한 장소만 가는 것이 아니고, 공식방문 일정으로 인근의 도시, 인근의 시설을 같이 둘러보시게 되고 키이우에서는 정식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위한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동행하는 인원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기 계신 출입기자단 여러분을 모시고 가지 못하는데 대표단의 규모가 클 리가 없다"며 "극소수 안보실 관계자만 가게 되겠다"고 밝혔다. 실제 윤 대통령의 우쿠라이나 방문에 동행한 이는 조태용 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일부 경호처 관계자 등 극소수였다.  

    이날 경호처는 국가원수의 신변이 달린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만큼,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경호처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갑작스럽게 대통령 내외분께서 전쟁지역을 들어가시기 때문에 저희 경호처 입장에서는 대통령 내외분과 수행원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호 안전상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각별히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이라는 의식으로, 각별히 보안을 잘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밤까지는 연락을 서울에 안 하셨으면 좋겠다가 첫 번째 부탁"이라며 "꼭 하셔야 되는 사정이 되면 음성 통화는 하시지 말고, '출장기간이 조금 연장됐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정도로 오늘까지는 버텨 달라"고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동유럽 순방에 동행한 출입기자단은 대통령실의 엠바고 요청을 '국익' 차원에서 수용했고, 윤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저녁 항공기, 육로, 기차 등 세가지 방법을 이용해 14시간에 걸쳐 이동한 뒤 15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크아니라에서 총 11시간을 머문 뒤 16일(현지 시간)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로 무사히 귀환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돌아오는 데는 13시간이 걸렸다. 총 38시간 동안 이뤄진 긴박한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12일 나토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12~14일 폴란드에 이어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까지 모두 마치고 16일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