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O 출신 이창건 참전용사, 한동훈에 손글씨로 쓴 쪽지 건네"北 침투 후 휴전 때문에 못 돌아온 동지들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KLO, 북한지역 침투해 대북첩보‧게릴라작전 등 혁혁한 공 세운 부대
  • ▲ KLO부대 출신 참전용사 이창건(94)씨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6·25전쟁 제73주년 행사'에서 건네 준 쪽지 ⓒ법무부
    ▲ KLO부대 출신 참전용사 이창건(94)씨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6·25전쟁 제73주년 행사'에서 건네 준 쪽지 ⓒ법무부
    흰색의 빳빳한 영웅 제복을 입은 켈로부대(KLO, Korea Liaison Office) 기획참모 출신 참전용사 이창건(94) 전 원자력학회장이 A4 용지 반절 크기의 쪽지에 글을 눌러썼다. 이 전 회장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이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북한 침투 후 돌아오지 못한 동지들을 그리워하는 이 전 회장의 눈물이 담겨 있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전 회장이 한 장관에게 쪽지를 전해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한 장관이 이 전 회장에게 인사하자, 이 전 회장이 인사를 받고는 쪽지를 건넸다. 생중계로 방영된 이 장면에서 한 장관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쪽지를 접거나 주머니에 넣지 않고 애지중지하며 손에 쥐고 있었다.

    쪽지에는 "나는 KLO 출신 이창건입니다. KLO가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며 2월엔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고 6월14일엔 청와대 오찬에 초청 받았다"며 "북한에 침투했다가 휴전 때문에 못 돌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 장관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쪽지를 받은 뒤 "그 말씀을 잘 기억하고 (편지를) 집무실에 걸어 두겠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해 장관 집무실에 이 쪽지를 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켈로부대는 비정규군으로 6·25전쟁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북한에 침투해 첩보 수집, 게릴라 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 조직으로 미국 극동군사령부가 조직했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이 점령했던 팔미도의 등대를 밝히고 중공군의 지뢰를 제거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우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이 병적(兵籍)을 공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군번 없는 군인'으로 남아 있다가 이들의 숨은 활약상이 드러나며 최근 들어서야 참전용사로 인정받게 됐다.

    1995년 '참전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부대원 일부가 참전 용사로 인정받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부대원 신원 확인작업이 이뤄졌다. 2021년 관련 지원 법률이 통과됐으며, 지난 2월 드디어 부대원들에게 최초로 공로금이 지급됐다.

    이후 지난 2월 국방부가 켈로부대원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 공로자 143명, 유족 17명 등 총 160명에게 15억7000만원을 지급했으며 3월에는 '팔미도 탈환작전'을 수행한 켈로부대원 출신인 부부 고(故) 이철 씨와 최상령 씨를 국가공로자로 인정했다. 또 지난 14일 윤석열정부는 이 전 회장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초대했다.

    이 전 회장은 그의 저서 <KLO의 한국전 비사>에서 "심한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은 우리 동지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나는 당시 '나에게 침을 뱉어도 좋으니 제발 동지들의 목숨만은 부지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렸다"며 대원들을 향한 각별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