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 부지 선정 등 속도전… 좌고우면 않겠다" [인보길 대담]

한 손에 쥔 호두 두 알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서로가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처럼 쉴 틈이 없다. 병원에 들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그는 출근길 자전거를 타다 다친 손가락의 재활을 위해 이렇게 호두 알을 굴린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의 일상이다. 국가보훈처(處)에서 국가보훈부(部)로 승격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만큼, 박 장관은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쉴 틈 없이 움직인다.

매일 새벽 3시30분쯤 기상한다는 그는 조직 개편부터 시작해 사업 추진 현황 재점검, 각종 언론 인터뷰와 캠페인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말 그대로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달을 기념해 22일 오후 5시 서울지방보훈청 내 집무실에서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을 만난 박 장관은 그럼에도 환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광채를 띠고 있었다. 걸음은 무척 가벼워보였다.

박 장관은 초대 국가보훈부장관 취임 소감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힘 줘 말했다.

그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어떤 정권도 보훈부 승격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과 결단이 있었고, 그래서 국가보훈부로 승격됐으니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국가보훈부 탄생 의미에 대해 박 장관은 "드디어 선진국의 품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자도 존경받는 부자가 있고, 졸부가 있다. 우리나라는 70여년 전 1인당 GDP가 60~7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세계 경제 10대 강국이 됐다"면서 "(보훈부 승격은) 국가의 정신적인, 국가의 내적 가치가 거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보훈이야말로 그 어떤 단어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치이자 의미라고 언급했다.

그는 "보훈 하면 많은 분이 묘지에 가서 참배하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계신다. 과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것인데, 그것은 '베이직(Basic)"이라고 했다. 국가유공자를 향한 감사는 기본이자 근본이라는 말이다.

이어 그는 "윤석열정부의 보훈은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이다.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미래에 번영할 수 없다. 미래 번영을 위해서는 보훈이 확고해야 한다. 핵심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 장관은 보훈을 통해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를 예로 들었다.

박 장관은 처장 시절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오를 균형 있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승만기념관 설립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그의 사무실 한편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흉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공적은 역사적 팩트다. 어떤 사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분의 국내 정치에서 과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그 그림자를 훨씬 뛰어넘는 공적에 그동안 사람들이 고의로 눈감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가 6·25전쟁이었다. 그것을 극복해낸 분이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단언한 박 장관은 "당시 미국에서 극구반대하는 한미동맹(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협상, 때로는 협박으로 이뤄낸 것이다. 또 이승만정부는 80~90%였던 문맹률을 거의 20%까지 낮췄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조선 500년 역사에서 대부분의 백성은 자기 땅이 없었는데 6·25전쟁 발발 직전 이승만정부의 농지개혁법 통과로 국민들이 땅 한 평이라도 갖게 됐다"며 "당시 사람들은 내 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물러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농지개혁이 전쟁에서 이기게 된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의 공적과 관련해 사람들은) 외면한 정도가 아니라 지하 속에 처박아둔 것"이라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다. 용기를 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박 장관은 이승만기념관 설립과 관련한 현안들을 두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혔다. 특히 그는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자칫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의) 요점은 결국 누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하는 것인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건립추진위원회가 조만간 구성될 것인데, 추진위 주도로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보훈적 가치는 바로 '제복'이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고, 솔직히 분노했던 것이 바로 제복 폄훼와 조롱이 심했다는 것"이라며 "제복은 단순한 근무복이 아니다. 나라가, 국민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를 대신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다. 그 자체로 존경 받아야 될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제복을 이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 군인·경찰·소방관·해양경찰·교정공무원까지 5대 제복의 영웅들을 선정해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제복을 입은 분들을 보면 정말 감사의 말 한마디라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6·25 참전용사들을 위해 우리나라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든 제복을 몇 분에게 입혀 드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이 이야기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했더니 '부모님들 옷 한 벌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 예산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적극 검토해서 참전용사 전원께 다 입혀드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예산당국과 협의해 올해 모든 분들, 살아계신 6·25 참전용사 5만8000여 명 모두에게 한 벌씩 제복을 해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보훈부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8월까지 신청을 받아 11월까지 연갈색(베이지색) 겉옷(자켓)과 남색(네이비색) 바지·넥타이로 구성된 '영웅 제복' 지급을 완료할 방침이다. 월남전 참전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박 장관은 "저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출마와 관련한) 그런 질문을 하신다. 당선도, 낙선도 해보면서 얻은 교훈은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요자들의 '니즈'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거 출마 또는 장관 혹은 다른 영역에서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드러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지금은 그런 생각(출마)을 전혀 하지 않고, 기상부터 잠들 때까지 몰입해서 국가 보훈에 관한 생각만 한다. 완전히 빠져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