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집유' 원심 파기… 징역 2년 실형 선고"투약 횟수, 투약량 多‥ 죄질 나빠" "원심 형량 가벼워"
  • ▲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약 전과가 있는 데다, 필로폰 3500회분을 매수하고 여러 명과 함께 투약하는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의구심을 자아냈던 작곡가 돈스파이크(45·김민수)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이재찬·남기정)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약물중독재활프로그램 이수와 3985만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개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다른 범죄를 유발하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전제한 뒤 "그동안 피고인이 마약을 매수·교부한 횟수와 투약한 양을 종합하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원심보다 높게 형량을 책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필로폰 4560만원 상당 구입‥ 女 접객원들과 투약


    검찰에 따르면 돈스파이크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 강남구 모처(호텔·승용차)와 태안군 리조트 등에서 여성 접객원 등과 필로폰을 총 14회 투약하고, 456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9회에 걸쳐 매수한 뒤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7회 교부했다.

    돈스파이크가 매수한 필로폰의 양은 105g으로,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500회 투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스파이크는 통상 1회 투약량의 10배가 넘는 0.4g의 필로폰을 회당 투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이 사건 마약 거래의 '주체'"라며 "마약을 함께 투약하고 관련 범행을 알선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범(구속)과의 '처벌 형평성', 그리고 '유사 사례'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적이었고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가족 등 많은 지인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 '사회적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10년 전 대마 전력이 있으나 이후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점 △단약(斷藥)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檢 "돈스파이크, 구속 중 사해행위… 반성의 기미 없어"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 원심에서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지만, 피고인은 구속 후 민사소송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부동산을 허위로 가등기하고, 저작권 역시 양도하는 등 '사해행위'를 저질렀다"며 "피고인이 여전히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집행유예는 과경(過輕)하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가볍다고 강조한 검찰은 "피고인은 이렇게 은닉한 재산과 빼돌린 금원으로 사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검찰은 "피고인이 반성한 것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보기 어렵다"며 돈스파이크가 지난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접견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과, 돈스파이크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후 실형을 받은 공범(보도방 업주)의 판결문 등을 추가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처벌 전력이 있는 데다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3000회 이상 매수가 가능한 마약을 투약한 피고인의 원심 양형은 부당하다"며 1심보다 형량을 높여 줄 것을 거듭 주문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돈스파이크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돈스파이크, 판사와 동기·동창 '전관변호사' 고용


    지난해 10월 21일 필로폰을 구매·소지·투약·교부한 혐의로 기소된 돈스파이크는 당초 법무법인 E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였으나, 같은 해 11월 24일 법무법인 D사를 대리인으로 추가선임했다.

    이에 이날 부로 돈스파이크의 변호를 맡게 된 B변호사와 C변호사는 1·2차 1심 공판 직후마다 각각 4차례씩 양형자료를 제출하며 돈스파이크의 형량 감량을 도왔다.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돈스파이크의 '반성문'도 사실상 두 변호사의 주도로 작성됐다.

    B변호사와 C변호사는 둘 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한날한시에 사법고시(38회)까지 패스한 절친 사이로 알려졌다.

    B변호사는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 대구지검 공안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검사를 거쳐 2018년 D사에 구성원 변호사로 입사했다.

    C변호사는 대구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9년 D사에 구성원 변호사로 들어왔다.

    문제는 돈스파이크의 1심 담당 부장판사가 고향만 다를 뿐, B·C변호사와 출신 학교는 물론 사시 합격과 연수원 수료일까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것. 게다가 세 사람은 72~73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 취재 결과 1심에서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A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9년 사법연수원(28기)을 수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보도로 '돈스파이크가 전관변호사를 고용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돈스파이크는 지난 2월 16일 법원에 국선변호인을 신청했다가 지난 3월 7일 이OO 변호사로 법률대리인을 교체했다.

    13년 전에도 대마 매수·흡연… 2차례 형사처벌


    돈스파이크는 지난해 9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이 '마약 투약 시점'을 묻자 "최근"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돈스파이크는 2010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2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 2범이었다.

    돈스파이크는 2009년 3월경 서울 이태원에서 한 외국인으로부터 대마초 5g를 구매한 뒤 음악 작업실에서 대마초를 교부·흡연한 혐의가 적발돼 2010년 4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000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제기해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돈스파이크는 2008년 10월에도 이태원에서 대마를 매수한 뒤 음악 작업실에서 동료 작곡가들과 대마를 7회 나눠 피운 혐의가 적발돼 2010년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만1500원을 선고받았다.

    이때에도 돈스파이크는 '잘못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작곡과를 나온 돈스파이크는 1996년 그룹 '포지션'의 객원 피아노 연주자로 가요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정상급 작곡가로 활동하던 돈스파이크는 방송을 통해 뛰어난 요리 솜씨가 알려진 후 다수 예능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6월 메이크업 아티스트 A씨와 결혼했다.

    "결혼 전 사귄 여성 '변심'에 장기간 마음고생"


    변호인에 따르면 돈스파이크는 결혼 전 만난 여자친구의 변심으로 '실의'에 빠진 뒤 마약에 손을 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돈스파이크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이OO 변호사는 지난 4월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민수 씨가 결혼하기 전에 어떤 여성과 사귀었는데 굉장히 좋아했었던 모양"이라며 "당시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은 관계였는데 그 여성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알게 되면서 관계가 깨졌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 일로 충격을 받은 김씨가 지하실에 위치한 작업실 같은 데 들어가 폐인처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한 지인이 '너 그렇게 괴로우면 이거라도 해보라'며 마약을 권했다고 한다"며 "그 이후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약을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 A씨를 만나 어렵게 결혼을 하게 됐는데, 김씨가 계속 마약을 하다가 결혼 3개월 만에 구속되고 만 것"이라며 "그래서 할 말이 없게 된 김씨가 A씨에게 자신을 떠나도 좋다고 말했는데, A씨는 고민 끝에 남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김씨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1심 선고 전 A씨가 김씨에게 실형이 나오더라도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며 "만약에 A씨가 곁에 없었다면 김씨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아내가 김씨를 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