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돈 봉투 의원 20명 이 자리에 있다… 한동훈 발언이 의원들 자극"고민정 "170명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셈"익명의 민주당 의원 "한동훈 장관의 교만이 결국 자기 눈을 찌른 것"국민의힘 "범죄 혐의 뚜렷한 사람들을 비호… 범죄 집단이 아니면 뭔가?"한동훈 "내 말 듣고 욱, 기분 나빠져 범죄 옹호했다는 말… 참 구차하다"
  •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해 놓고 그 원인을 한동훈 법무부장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지적인데, 여당은 "이재명 대표부터 범죄자가 맞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한동훈 발언에 의원들 마음 돌아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관련 "한 장관이 어제 체포동의안 이유를 제출하면서 한 도발적인 발언 '돈 봉투를 받은 의원 20명이 이 자리에 있다.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다. 그분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 공정하냐' 이런 식의 발언들이 현장에서 의원들의 생각을 많이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각각 찬성 139표(반대 145표), 132표(반대 155표)를 얻어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여론을 의식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은 한 장관이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한 것이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 설명에서 "오늘 표결할 범죄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대표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논리필연적으로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한 장관이 민주당 일부 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해 다른 의원들마저 자극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원래 많은 의원들이 윤관석 의원은 가결, 이성만 의원은 부결시키려고 했다"며 "그런데 한동훈 장관이 '20명의 잠재적 범죄자가 여기 앉아 있다'고 말해서 의원들 마음이 부결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나는 무조건 가결되겠구나 생각했는데 한 장관 발언 이후 의원들 기분이 확 상했다"며 "한 장관의 교만이 결국 자기 눈을 찌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에 나와 "170명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한 장관이 "돈 봉투 부스럭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 돼 있다"며 가결 필요성을 설명했던 발언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에도 결국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한동훈 "민주당, 공당이 구차한 변명"

    그러나 여권에서는 민주당 일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부결 명분을 (한 장관의) 워딩(발언)으로 삼은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과거 체포동의안 부결, 그것이 이미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을 만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똘똘 뭉쳐 이미 탈당까지 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지켜낸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입이 무서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도 이재명 대표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이 된 의원은 총 8명이다. 그중 4명(정정순·이상직·정찬민·하영제)은 가결됐고, 나머지 4명(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은 부결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자당 소속 혹은 자당 출신 의원 4명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했다는 주장에 따른 반박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범죄 혐의가 뚜렷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것이 범죄집단 아니면 뭔가. 이재명 대표부터 범죄자이지 않나"라며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 내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것이 한 장관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 장관은 12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국민들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며 "누구도 (민주당에) 돈 봉투 주고받고 녹음하라 시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신의 발언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한 장관은 "민주당의 말은 원래는 제대로 (표결을) 하려 했는데 내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이야기인데, 공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