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가 중국대사관 찾아 양국 외교분쟁 촉발… 경솔하고 부적절""아무리 외교 프로세스 모른다지만… 사실상 외교적으로 이용당한 것"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국대사관저 방문을 계기로 한·중 간 외교분쟁이 점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이 대표의 행동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예민한 외교사안에서 국익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용당해 역내국가와의 분쟁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말 한마디로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외교에서 야당 대표가 중국대사관을 찾아 양국 외교분쟁을 촉발한 것 자체가 경솔하고 부적절하다"면서 "이 대표가 아무리 외교 프로세스를 모른다지만 국익보다 자기정치가 먼저일 수는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 의전서열 8위인 이 대표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초청으로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소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했다. 정부 부처 국장급인 싱 대사는 이 대표를 만나 옆에 앉혀 놓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우리 정부를 겨냥해 노골적으로 겁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유튜브를 통해 30여 분간 이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발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정부는 즉각 싱 대사의 발언에 항의했다. 외교부는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내정간섭이라고 엄중경고했고, 이후 중국에서도 정재호 주중대사와 '회동을 약속하고 만나'(웨젠·約見) 불만을 표시하면서 양국의 외교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교용어인 '웨젠'은 중국 외교부가 중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외교부로 부르거나 별도의 장소에서 만나 항의 등을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을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울고 싶은 중국의 뺨을 때려준 것으로 본다. 중국이 우리 정부에 '4불가론'을 통보했다고 알려지며 양국의 외교 신경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친중 성향'을 띠는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초청해 불만을 공개표출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4불가론'은 ▲대만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협력 불가 ▲현재와 같은 한중관계 긴장 지속 시 고위급 교류 불가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원칙이다. 

    중국정부도 최근 우리 정부에 이 같은 '4불가론'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의 '외' 자도 모르는 야당 대표가 외국 대사를 만나 사실상 외교적으로 이용당한 것"이라며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를 펴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국 야당 대표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중국의 통로가 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싱 대사도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사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 역할"이라며 "가교 역할에 적절치 않다면 본국에도, 주재국에도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