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김기현 대표 "싱하이밍 만찬 진행하지 말라" 지시싱하이밍 대사, 야당 이재명 대표 불러놓고 사실상 '훈계'한동훈 법무장관, 올 2월 싱하이밍 관저 만찬 제안 고사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연합뉴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연합뉴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각각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만남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싱 대사의 '훈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침묵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국격 훼손'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싱 대사와 만찬을 진행하지 말라'고 당대표실에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7일 국민의힘 국제국에 연락해 김 대표에게 싱 대사와 만찬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만찬 내용을 전해 듣고 싱 대사의 제안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9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와 이 대표가 쌍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며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를 한 싱 대사에 대해 강력히 유감표명을 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또 "싱 대사가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무리한 발언에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며 "짝짜꿍 하고 '백댄서'를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의 도 넘는 오만한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까지 보였다.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라며 "문재인정권 당시 대(對)중국 굴종외교로 일관했던 모습을 재방송한 것 같아 참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김 대표는 이어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 대사와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들고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15분 동안 비난했다.

    싱 대사는 "중한관계가 어려움에 부닥쳤는데,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미·일 공조'와 '글로벌 자유민주 연대' 등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를 겨냥한 것이다.

    한 장관도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싱 대사의 관저 만찬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9일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 장관이 지난 2월 싱 대사의 관저 만찬 제안을 고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매체에 "한일관계 개선 등 외교관계 변수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던 만큼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옳다고 보고 고심 끝에 정중히 거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항의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를 겨냥한 싱 대사의 강성발언이 '도발적인 언행'이라고 규정하고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