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30일 본회의서 의사일정 변경해 간호법 재투표 강행재석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
  •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재의결 건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재의결 건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을 재표결에 부쳤지만 가결 요건인 출석의원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고 끝내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 상정 및 투표가 이뤄진 결과, 출석의원 289명 중 찬성 178표, 반대 107표, 무효 4표로 결국 부결됐다.

    간호법은 지난 4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원안대로 재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표 계산 때문에 재의결을 추진한다며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기존 의료법에서 분리해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증폭됐다. 분열의 핵심은 간호사가 의사 없이 병원을 차릴 수 있는 '단독 개원' 가능성 때문이었다. 

    간호법 1조(목적)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직역단체들은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문제 삼아 간호법 제정에 제동을 걸었다. 간호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을 벗어난 지역사회까지 확장했기 때문에 간호사가 의사 없이 장기요양시설이나 방문간호센터 등을 '단독개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역사회와 의료기관 문구를 빼고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등 4개 조항을 담은 간호법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안 통과 방침을 굽히지 않았고, 민주당은 결국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신청을 통해 간호법을 추가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날 본회의 재표결 전 찬반토론도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민생현안을 논의하고 처리하기도 시급한 이 상황에 보건의료분야의 직역 간 분쟁이 치열한 간호법안이 의료계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의료계 전반을 갈라놓고 국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번 민주당의 간호법 사태는 절대 역사에 남겨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반대토론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하시는 소중한 직역들 간에 극단적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국민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며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 등 민생을 가장한 갈라치기와 총선용 여당 공세를 멈추고 민생현안에 더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찬성토론자로 나선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간호법의 내용적 측면에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심히 의구심이 든다"며 "신종 감염병 대응과 치료, 그리고 돌봄과 요양 등 국민께 폭넓은 간호 혜택을 드리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의하고 처리했음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찬성토론에서 "간호법의 간호사 업무범위와 현행 의료법이 동일한데도 간호법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의료체계 문제를 간호법에 덮어씌우는 후안무치한 행위"라면서 "(간호법 제정은) 낡은 의료법에 기반한 독점적 의료체계를 국민과 환자를 위한 미래지향적 의료체계로 변화시키고 초고령화시대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디딤돌을 놓기에는 충분하다"고 가결을 촉구했다. 

    이후 간호법 재표결이 진행됐고, 출석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193석) 찬성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서 조정안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드렸지만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 여러분들께도 매우 송구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지만, 이 기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된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캠프 측이 현역의원과 지역상황실장·지역본부장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두 의원이 돈 봉투를 전달하는 중간책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4일 두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