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핵무기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러시아 측 "핵탄두와 운반시설은 우리가 통제"EU "위협 악화시키는 시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의 핵무기들이 벨라루스 영토로 이동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벨타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로씨야-1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러·벨라루스 양자 협정에 따라 핵무기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경제 포럼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다.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를 예고한 지 2개월여 만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코앞까지 핵무기가 들어서면서 핵위협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오늘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저장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나에게 알렸다"며 "그것은 특정 문서에 관한 것으로, 구두 형식으로 말한 것을 실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옮기는 노력이 시작됐고 저장시설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며 전술핵 배치를 공식화했다.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핵무기 특수시설 저장 절차에 관한 문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존의 모든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한다"며 "핵확산을 금지한 국제적 약속에 어긋나는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또한 "주요 핵탄두와 운반 시설을 벨라루스에 두지만, 통제권은 러시아가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상대로 '선포되지 않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무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경계 가까이로 이동하게 된다. 러시아의 이웃나라인 벨라루스는 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핵무기 이전 배치 협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이동 배치할 수 있게 한 협정이 극도로 위험한 긴장고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규탄했다.

    보렐 최고대표는 이동 배치 조치는 다수의 국제 협약과 조약을 위반했다며 "러시아는 협정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벨라루스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보렐 최고대표는 "EU는 위협을 악화시키는 어떤 시도도 강력하게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